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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첫 수석보좌관회의가 열린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회의에 앞서 커피를 직접 따르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불과 보름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뭐니뭐니 해도 문 대통령의 탈권위적인 소통행보 덕분일 것이다.
24일 청와대가 공개한 대통령 집무실 모습에서도 권위를 내려놓고 격의없는 소통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신념이 온존히 드러났다.
이 집무실은 문 대통령이 참모들과 소통을 원활히 하겠다는 취지에서 비서동인 여민관 3층에 마련한 것인데 현직 대통령의 집무실을 공개한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집무실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일자리상황판 옆에 마련된 원탁테이블이었다.
원탁은 상하개념이 없는 평등성을 특징으로 한다. 향후 문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참모들과 국정운영을 논의할지를 미리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원탁을 두면 (직급상) 아래위 구분도 없고 실제 자료를 봐가며 일하고 회의하기가 수월해 이걸 선호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의 요청으로 원탁에 앉는 모습을 촬영했는데 배석했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원탁의 어느 자리에 앉을지 몰라 머뭇대자 “순서가 따로 없다”며 “앞으로 오는 순서대로 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과 대화에서도 확실히 이전 대통령과는 다른 ‘파격’을 선보였다.
문 대통령은 25일 첫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통령 지시에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해도 되느냐가 아니라 해야 할 참모의 의무”라며 토론을 독려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정말 대통령 지시사항에 이견을 말할 수 있는가”라고 재차 확인하자 문 대통령은 “여기서 격의없는 토론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는 그렇게 못하게 된다”며 “잘못된 방향에 대해서 한번은 바로잡을 수 있는 최초의 계기가 여기”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받아쓰기와 미리 결론내기, 계급장이 없는 ‘3무(無)’회의로 진행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거의 모든 참모들과 장관들이 대통령의 ‘말씀’을 받아쓰는 모습만 보아온 국민들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인상깊었던 문 대통령의 발언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선 황당한 이야기까지 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이다. 비전문가의 상식적인 의구심이 탁상공론과 무리한 정책 결정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병헌 정무수석은 “황당한 이야기까지 허락되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파격적인 소통행보는 해외언론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블룸버그는 최근 문 대통령을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빗대 ‘문바마’라고 보도했다. 국민들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모습이 무척 닮았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시점의 지지율이 50%가 넘을 정도로 미국 국민들의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우리나라도 이제는 오바마 대통령처럼 퇴임 후에도 인기있는 대통령을 얻을 때가 됐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이 5년 후에도 오바마처럼 성공한 대통령으로 퇴임할 수 있을까. 속단하긴 어렵지만 지금처럼만 한다면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