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인도 가전 심장을 가다] 구광모 '글로벌사우스' 전략의 핵심 인도서 IPO로 국민기업 입지 굳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 전략 시장으로 꼽은 인도에서 올 하반기 LG전자의 IPO를 통해 국민 기업 브랜드 입지를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노이다(인도)=비즈니스포스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글로벌 사우스'(제3 세계 지역)’의 핵심 전략 시장으로 꼽은 인도에서 LG전자가 역대급 매출과 가전 시장 점유율로 ‘국민기업 브랜드’ 입지를 넓히고 있다.

LG전자는 매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케어서비스 구독’ 사업 확장과 함께 하반기 현지 증시 기업공개(IPO)를 통해 인도 시장 장악력을 더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2월 직접 방문해 “인도의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LG전자의 ‘글로벌 사우스’ 전략의 핵심으로 꼽히는 국가다.

LG전자는 1997년 뉴델리 인근 노이다에 공장을 건설하면서 인도 시장에 첫 진출했다. 2006년에는 인도 중서부에 푸네 공장을 설립, 프리미엄 가전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 5월에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노린 인도 남동부 스리시티 3공장 건설에도 돌입한 상황이다.

햇수로 28년이 넘어가는 지금 LG전자 인도법인 관계자들은 이미 LG전자 인도의 국민기업 브랜드 입지를 다졌다고 말했다.

지난 8일(현지시각) 뉴델리에서 남동쪽으로 약 20km 떨어진 노이다의 LG전자 인도법인 본사에서 만난 김창환 LG전자 인도서비스담당 상무는 "과거 선배들이 추진한 인도 현지화 전략으로 현지에서 제품 생산부터 서비스, 영업 채널 등을 체계적으로 구축한 것이 가장 주요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다른 해외 기업들도 인도에 진출했지만, LG전자만큼 지사 및 서비스 망 등 현지화 수준을 높게 구축한 기업은 없다”며 “인도에 맞는 제품을 상품 기획부터 생산, 품질 검증 등 전 과정을 인도 현지에서 직접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LG전자는 28년 동안 인도 전역에 51개의 지사와 780여 개의 브랜드숍, 900개가 넘는 애프터서비스(AS) 센터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LG전자는 인도에서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대부분 주요 가전 제품 점유율이 1위를 이어가고 있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2427억 원, 순이익 124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0%, 33.1% 증가한 실적을 냈다. 증권가는 올해 LG전자 인도법인이 매출 4조 원과 순이익 4천억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 인도 가전 심장을 가다] 구광모 '글로벌사우스' 전략의 핵심 인도서 IPO로 국민기업 입지 굳힌다

▲ 인도 노이다에 위치한 LG전자 인도법인 본사 건물에 설치된 쇼룸 내부.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LG전자 인도법인의 IPO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최근 국내외에서 LG전자가 악화한 인도 증시와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IPO를 예상보다 더 늦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에서 IPO 연기는 LG전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LG전자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IPO의 가장 큰 목적은 자금 조달인데, 현재 LG전자는 현재 자금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해진 기간대로 따지면 내년 3월까지만 IPO가 이뤄지면 되는 상황이라, 인도법인의 상장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 인도법인 측은 IPO가 자금 조달 목적도 있지만, 인도 증시에 상장함으로써 인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더 확대해 브랜드 파워를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추진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한 LG전자의 인도 가전 구독 서비스 중단은 사실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도에 최적화한 케어서비스 구독 사업은 인도법인 매출 향상에 큰 도움이되고 있었다.

김 상무는 “구독 서비스는 크게 제품을 빌려주는 구독 서비스와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어서비스가 있다”며 "제품을 빌려쓰는 것에 익숙치 않은 인도 현지 소비자 성향에 맞춰 제품 렌탈 구독 서비스 대신 케어서비스 구독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인도에서 운영하는 가전 케어 구독은 제품의 주기적 점검과 사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1년부터 4년까지 제공되는 혜택에 따라 10가지 이상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인도에서만 '연간유지보수계약(AMC, Annual Maintenance Contract)' 케어와 보증기간 연장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현지 소비자 수요에 맞춘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가전 케어 구독은 이미 인도 가전 시장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김 상무에 따르면 올해 가전 케어 구독 매출은 전년대비 50% 이상 성장할 만큼 인도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실제 기자가 뉴델리에서 방문한 LG전자 유통 매장에는 각 제품 모델마다 추가 가능한 가전 케어 구독 서비스 가격과 기간이 소개돼 있었다.

LG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가전 제품의 보급율이 낮은 만큼 인도 소비자들은 가전제품을 자동차 수준으로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 향후 수요 확대에 맞춰 가전 케어 구독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인도 가전 심장을 가다] 구광모 '글로벌사우스' 전략의 핵심 인도서 IPO로 국민기업 입지 굳힌다

▲ 인도 델리 LG전자 브랜드숍에 진열된 냉장고 제품. 각 제품마다 케어서비스 구독을 위한 가격과 서비스 기간이 표시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가전 업체들의 위협은 인도 시장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인도와 중국은 역사적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 중국 기업의 인도 진출은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하이얼은 인도 가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하이얼은 냉장고에서 10% 가량의 점유율과 세탁기 등 다른 제품들에서 5%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에서 약 10억 달러(약 1조3789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2027년 매출 20억 달러를 목표로 세웠다.

하이얼은 2007년 푸네와 2017년 노이다에 가전 공장을 설립했다. 외부상업차입(ECB)을 통해 대규모 자금 조달도 진행하고 있다. 또 인도 현지 기업에 지분 매각을 고려하는 등 현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중국 직원들이 인도에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국가들보다 더 까다로운 입국과 사업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세계 저가 가전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하이얼이 무서운 속도로 한국 가전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으며, 10년 뒤에는 인도에서 위협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