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비교적 탄탄한 승계프로그램을 구축해 놓고있다.
민간 금융지주사로서 정부의 입김보다 주주들의 의견이 더욱 강하게 반영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갖춘 점이 이런 승계프로그램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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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CEO 승계프로그램에 따라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전현직 사장을 회장 후보군으로 정해 놓고 있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데 CEO 승계프로그램에 따르면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등 10여 명이 회장후보가 된다.
주요 자회사 5곳의 사장들은 CEO 승계프로그램에 따라 수시로 열리는 이사회에서 경영성과, 자기계발, 내부평판 등을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현직 프리미엄’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승계프로그램 덕분에 신한금융은 외부에서 낙하산인사가 내려올 가능성이 비교적 적은 곳으로 꼽힌다. 내부인사가 회장으로 선임되는 것이 사실상 관행으로 굳어진 셈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도 “외부인사가 신한금융 회장이 될 수 있지만 임원 등으로 먼저 근무하면서 역량을 평가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경영승계계획에 따라 매년 회장후보추천위를 열어 회장후보군을 관리하고 있다. 회장후보군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KEB하나은행장을 비롯한 각 계열사 사장 4~5명을 대상으로 삼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이 지난해 7월에야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NH농협금융은 후보군 관리과정을 두고 있지만 농협중앙회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과 대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시작부터 민간 금융지주사여서 정부의 간섭을 비교적 덜 받을 수 있었다”며 “외국계 주주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점도 독자적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을 이르게 구축할 수 있었던 일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1982년 설립된 신한은행에서 출발한 금융지주사인데 신한은행은 국내은행 가운데 최초로 재일교포를 주축으로 한 순수 민간자본으로 세워졌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지금도 신한금융의 과점주주(전체 17~20%)로서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나금융도 1971년 설립된 한국투자금융을 모태로 하고 있는데 한국투자금융 역시 순수 민간자본으로 세워진 국내 최초의 비은행 금융기업이다.
하나금융은 외국계 주주들의 비중이 높았는데 이들은 대부분 재무적투자자(FI)였지만 하나금융의 경영권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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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15년 동안 재임하면서 하나금융의 대주주였던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지지를 받았다. 테마섹은 2010년 기준으로 하나금융 지분 9.62%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현재 지분을 전량 매각한 상태다.
KB금융도 정부에서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외국계 주주의 지분율이 68%에 이르지만 정책금융기관이었던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의 합병을 통해 탄생했다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를 통해 출범한 데다 농협중앙회의 100% 자회사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양쪽 모두 ‘왕회장’의 전횡에 휘둘린 적이 있는 점이 오히려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확실하게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신한금융은 한동우 회장의 취임 직후인 2011년 CEO 승계프로그램을 마련했다. 2010년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의 경영권 다툼인 ‘신한사태’를 겪은 영향을 받았다.
하나금융도 2012년 경영평가 승계프로그램을 확립해 김정태 회장을 선임했다. 그전에 김승유 전 회장이 장기집권을 하면서 실질적 승계프로그램을 두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