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사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삼성화재가 거액을 손에 쥘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이 자본을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한 자본확충에 쓰거나 해외사업를 강화하는데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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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삼성그룹 금융지주사체제가 갖춰지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매각해 자본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자사주 15.9%를 보유하고 있는데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계열사로 삼는 금융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삼성화재 지분 15%를 사들여야 한다. 삼성화재가 삼성생명에게 자사주를 매각할 경우 2조 원 이상의 현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셈이다.
삼성화재는 이 자본을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의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에 사용할 수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이 적용되면 보험회사들은 보험금 지급에 대비한 책임준비금을 계산할 때 보험계약 당시의 금리(원가) 대신 현재 금리(시가)로 평가해 부채로 잡아야 한다.
새 국제회계기준이 2021년부터 도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4년 동안 자본을 늘려야 하는데 삼성생명이 지속적으로 삼성화재의 자사주를 사들이면 자본부담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가 자사주를 매각하더라도 굳이 자본확충에 쓸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재웅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화재는 보험사 가운데 지급여력비율(RBC)이 가장 높다”며 “과거에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판매하지 않아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필요성이 적다”고 진단했다.
삼성화재의 지급여력비율은 9월 말 기준으로 403.4%로 생명보험회사와 손해보험회사를 통틀어 가장 높다.
삼성화재가 자사주를 매각한 대금을 해외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화재는 중국과 미국 등 11개국에서 해외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해외매출 7884억 원을 냈는데 30대 그룹에 속한 금융회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익원 다각화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거점을 추가로 확보해 해외사업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자사주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본으로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합병하거나 조인트벤처 등을 설립하는 데 투자할 자본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삼성화재는 손실을 보고있는 해외거점의 자본을 확충할 수도 있다. 삼성화재 미국 법인의 경우 상반기 기준으로 101억 원가량의 손실을 봤는데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자본금 390억 원가량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화재는 사실상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화재는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가운데 가장 좋은 실적도 거두고 있는 만큼 금융지주사체제에서 위상이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