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법이 20대 국회의 문턱을 처음 넘었다.
이번에 통과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재계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기업들은 국회에서 대기 중인 경제민주화법의 통과가 현실화 됐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나온 경제민주화 법안 가운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2일 본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가장 먼저 국회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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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
현행법은 공익법인 중 일정한 요건을 갖춘 성실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할 때 주식발행총수의 10%까지 상속·증여세를 면제받는다. 개정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특수관계가 있는 성실공익법인의 면세한도를 5%로 낮췄다. 또 지분을 산정할 때 자사주를 제외하도록 해 실제 면세한도는 이보다 낮아지게 됐다.
대부분 대기업집단에 속한 공익재단은 성실공익법인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들이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해 편법 상속·증여 통로나 오너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삼성문화재단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이 과세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주식 936만 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분 4.68%에 해당한다.
여기에 삼성생명이 보유한 자사주를 제외하면 삼성문화재단 지분은 5.21%까지 상승한다. 개정안은 5% 이상 지분 초과 보유분에 대해 즉시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삼성문화재단을 제외하면 당장 대기업집단 계열 공익재단 가운데 계열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있더라도 비상장기업이나 비핵심계열사의 지분을 소유한 곳이 대부분이다. 재계가 받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당장 받는 영향은 없어도 향후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행보가 제한될 가능성은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증여세 및 상속세법 개정으로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공익법인을 활용한 지분상속은 차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이 처음으로 통과됐다는 점도 재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재벌대기업을 겨냥한 경제민주화 입법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에 정의당 의원 전원과 일부 새누리당, 국민의당 의원 등 10명을 제외하고 참석의원 271명 중 26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특히 내년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내년 대선 국면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이 부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윤 연구원은 “현재까지 경영권 승계 파급효과가 큰 경제민주화 법안은 의원 발의에 머물러 있고 사안별로 상임위 논의를 한차례 거친 수준”이라면서도 “상반기 조기 대선이 확실시되면 대선 후보 성향에 따라 경제민주화 법안이 핵심공약이 되거나 당론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원은 “여소야대 정국인 만큼 합의 과정에서 여당이 일부 야당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며 “여당 또한 대선을 염두에 두고 기업과 일부 선을 그을 가능성이 있어 기업들이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