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지배구조개편을 위해 인적분할 카드를 꺼내들면서 다른 기업들이 뒤를 따를지 주목된다.
삼성그룹이 올해 안에 인적분할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SK그룹과 현대차그룹도 인적분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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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1일 “자사주를 활용한 인적분할은 2017년 사상 최대로 증가할 것”이라며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차그룹 순으로 인적분할 카드가 구체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인적분할 확산 가능성이 떠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법제도의 변경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이 쏟아지면서 인적분할 시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는 법안들이 다수 등장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한 분할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이다. 현재는 인적분할을 하면 자사주 의결권이 살아나면서 지주회사의 지배력이 강화된다. 하지만 상법이 통과되면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 밖애도 대기업집단 소속회사가 지주회사 설립을 목적으로 인적분할을 하는 경우 강제로 자사주를 소각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자사주에 인적분할 신주를 배정할 때 법인세를 부과하는 법인세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이 때문에 이런 법안 통과 이전에 기업들이 인적분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나온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15일 현대중공업을 현대로보틱스 등 6개 회사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오 연구원은 “현대중공업 분할 뒤 현대로보틱스는 총자산 대비 현대오일뱅크 보유지분 가치가 67.3%로 분할 이후 지주회사 지정이 강제될 전망”이라며 “사실상 이번 분할은 현대중공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오 연구원은 “현대중공업 지주회사 전환은 시점적으로 시장 기대치보다 빠르게 전개됐다”며 “단순한 사업 구조조정이었다면 물적분할도 가능했겠지만 이번 대주주 지배력 확대가 중대한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적분할을 이용한 지배구조 개편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은 40조 원 이상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 규제법안 통과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밖에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있어 지배구조개편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10월6일 삼성전자 인적분할 후 합병 추진 등을 요구했는데 삼성전자는 11월 중에 답변하기로 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오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엘리엇매니지먼트에 답신한 뒤 중장기 관점으로 주주환원정책을 목표로 제시하고 인적분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선으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 인적분할은 물리적으로 6개월 안팎의 시간이 소요돼 올 연말 전에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SK그룹은 6조 원대 규모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고 SK그룹은 순환출자 해소를 과제로 안고 있어 두 그룹도 인적분할을 통한 지배구조개편의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오 연구원은 “SK그룹이 SK텔레콤의 인적분할 시나리오에 사실무근으로 대응해 선을 그었으나 경제민주화 발의를 고려하면 그룹 차원에서 진중한 검토를 할 만한 시기”라며 “계열사 지분가치 상승과 현금흐름 개선을 도모할 수 있어 고려해볼만한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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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하지만 SK텔레콤을 인적분할해 SK와 합병할 경우 대주주 지분율이 희석되는 문제점이 있다. 이는 인적분할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SK가 보유한 자사주를 활용하면 대주주의 실질적 지배력의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 연구원은 “SK텔레콤 분할비율을 홀딩스 31 텔레콤 69로 가정해 합병후 지분율을 추정한 결과 대주주 지분율은 2% 하락에 그친다”며 “대주주 지배력 약화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고 파악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도록 강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문제가 된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오 연구원은 순환출자가 금지되면 현대모비스 인적분할의 당위성이 부각될 것”이라며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홀딩스를 설립한 뒤 기아차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오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지주사체제 전환을 꾀한다면 현대모비스뿐 아니라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분할해 홀딩스간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시점으로는 삼성그룹과 SK그룹 대비 다소 늦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도 자사주 11.8%를 보유하고 있는데 인적분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오 연구원은 “네이버는 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소각을 전제하지 않은 자사주 취득을 지속해왔다”며 “향후 인적분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