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료방송사업과 관련해 내놓은 법안들로 KT와 SK텔레콤의 속내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유료방송시장에서 점유율 제한규정을 적용하는 기간을 없애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KT는 성장에 발목이 잡힌다.
그렇다고 SK텔레콤도 이를 반길수 없는 처지가 될 수 있다. 인수합병으로 점유율을 늘릴 수 있게 하는 법안도 함께 발의되면서 SK텔레콤도 인수합병을 할 경우 점유율 제한규정에 발이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 KT, 합산규제로 점유율 33%에서 발목
16일 국회에 따르면 신경민 의원은 합산규제의 유효기간을 없애는 내용을 뼈대로하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개정안을 15일 대표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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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왼쪽)과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
합산규제에 따라 유료방송 사업자는 인터넷방송(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전체 유료방송시장에서 가입자를 33% 이상 점유할 수 없다. 현행법상 2018년 6월27일까지 유효한데 이 일몰기한을 폐지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신 의원은 “사회적 파급력이 강한 방송매체를 특정 방송사업자가 독점할 경우 방송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공정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며 “필연적으로 시청료 인상 및 서비스질 하락으로 이어져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 발의로 KT는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점유율이 상한선에 근접하고 있는데 규제 기간이 연장되면 더 이상 양적 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한선에 도달하면 고객이 KT의 유료방송 서비스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14일 발표한 ‘2016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조사·검증 및 시장점유율 산정 결과’에 따르면 KT와 KT스카이라이프를 합한 KT 계열사의 유료방송 가입자는 모두 857만6445명으로 전체 시장의 29.85%를 차지했다.
점유율 규제 상한선인 33%까지 3.48%포인트만이 남은 셈이다. 상반기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2873만419명인데 이 기준을 적용하면 KT는 앞으로 100만 명가량의 신규 가입자만 받을 수 있게 된다.
◆ SK텔레콤, 합산규제 반겨야하나
SK텔레콤은 2014년 합산규제 도입 논의 당시 LG유플러스 등과 공동으로 찬성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도입을 반겼다. KT의 유료방송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 경쟁 관계인 계열사 SK브로드밴드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료방송사업자의 방송구역을 나누는 제도의 폐지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합산규제에 대한 SK텔레콤의 입장도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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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
미래창조과학부는 10월 유료방송사업에서 권역제한을 없애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유료방송 발전방안을 내놨다. 신경민 의원 역시 15일 같은 취지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8개 권역을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시장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결합을 불허했다. 그런데 권역기준 자체가 없어지면 이런 논리가 힘을 잃는다.
이를 놓고 합산규제에 발이 묶여 인수합병이 불가능한 KT와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전략을 노리는 SK텔레콤의 의견이 갈린다.
이성춘 KT경제경영연구소 상무는 “그동안 케이블TV에 지역사업 독점권을 주면서 지자체에 대한 투자 등 다양한 공적 의무를 부과했다”며 “권역이 폐지되면 이런 투자가 위축되고 지역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성진 SK브로드밴드 실장은 “사업권역 폐지는 미디어의 미래 모습을 고민해서 나온 결론”이라며 “이미 경쟁이 전국 단위에서 이뤄지는 상황에서 칸막이 규제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평가했다.
권역제한이 폐지돼 인수합병의 길이 열리면 SK텔레콤이 케이블방송사업자를 인수해 KT를 바짝 추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KT와 양강구도 형성에 성공하게 될 경우 SK텔레콤 역시 합산규제가 달갑지 않은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 합산규제 일몰제에 대한 SK의 계산이 복잡할 수밖에 없게 되는 대목이다.
CJ헬로비전과 합병이 추진되던 당시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합산규제 일몰제에 대해 “절대적인 것은 없다”며 “일몰제의 취지대로 그때 가서 다시 평가해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