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노인의 무임승차를 두고 수년째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도시철도 운영기관에서 무임수송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하지만 운영기관은 정부가 무임승차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 노인 무임수송 비용, 누가 부담하나 갈등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도시철도 무임수송을 둘러싼 정부와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전현희, 노인 무임승차 '정부 부담' 법안 발의  
▲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5세 이상 승객에 대한 도시철도 무임수송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도록 하는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14일 대표발의했다.

전 의원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무임수송 손실액이 한해 3천억 원에 이르는 등 도시철도운영자의 경영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도시철도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성 향상을 위한 투자가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도 9월 ‘도시철도 무임수송 관련 국고보조금 지원에 관한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건의안은 정부가 무임수송을 지원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무임수송 비용을 놓고 충돌은 몇년 째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수차례에 걸쳐 공동으로 정부지원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도 여러 번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도시철도 운영기관들과 지방자치단체는 무임수송이 국가 차원의 보편적 복지 정책인 만큼 ‘원인제공자’인 중앙정부가 손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자체 운영기관과 달리 정부산하기관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무임수송에 운영손실액의 50~70%를 국비로 보전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하지만 정부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도시철도는 지차체의 인프라를 이용하는 만큼 해당 지자체나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무임수송 손실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맞서고 있다.

◆ “지원 안하려면 무임수송 축소해야”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은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지 않으려면 무임수송 기준연령을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전국 7대 도시철도 운영기관(부산·인천교통공사, 서울·대전·대구·광주도시철도공사, 서울메트로)은 12월 회의를 열어 무임승차 기준을 65세로 정한 현행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현희, 노인 무임승차 '정부 부담' 법안 발의  
▲ 김태호 서울메트로 사장.
박종흠 부산교통공사 사장은 “노인인구 증가로 무임수송이 급증하고 있어 취약한 지방재정으로 무임수송 정책을 지속하는 것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의 지원이 없을 경우 2017년 1월부터 연령 상향조정, 할인율 조정 등을 통해 무임수송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2015년 5월에도 정부에 제출했다.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이유는 노인 인구가 가파르게 늘면서 무임수송 부담도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임수송이 전체 도시철도 운영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에 이른다.

최판술 서울시의회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지하철 1∼9호선 무임승차비율’ 자료에 따르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2011년부터 올해 9월까지 매년 1%포인트씩 무임수송율이 증가했다. 전체 노선별 평균 무임수송율은 14∼17%로 나타났다.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무임수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무임수송 인원은 1억5천만 명, 이에 따른 손실은 1894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41만 명이 무임승차를 하는 셈이다. 2021년엔 무임 수송 인원이 1억 7천만 명, 손실이 3293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