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연임으로 또 다시 국정감사를 치르게 됐다.
김 사장은 이미 세 차례 국감을 겪었지만 네 번째 국감은 이전보다 더욱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동해 유전 사업,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두고 여야가 격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연임과 함께 국정감사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두고 질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
4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 국감에서 여야가 가장 치열하게 격돌할 현안으로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꼽힌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석유·가스전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에너지 정책 성과에 특히 집중하는
윤석열 정부가 원전 수출과 함께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평가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직접 브리핑을 열고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다만 발표 당시부터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사업 추진의 타당성 관련해서는 탐사자료 분석을 맡은 미국 ‘액트지오(Act –Geo)’의 페이퍼 컴퍼니 의혹, 설립자인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의 전문성 논란 등으로 비판이 꾸준히 나왔다.
정부가 탐사시추의 성공률이 20%라며 앞으로 5년 동안 다섯 차례 시추공을 뚫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을 놓고도 성공률의 정확한 의미, 산출 근거 등에 의문 제기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언론에서 석유공사가 세계 1위 시추기업인 ‘슐럼버거’로부터 유전 탐사의 유망성과 관련해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받고 비공개 처리를 했다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하는 등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논란을 넘어 석유·가스전의 발견 가능성이 인정되더라도 경제성 문제, 세계적 에너지 흐름에 부합하는지 여부, 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바다 오염 문제 등 국정감사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시추공 하나를 뚫는 데 최소 1천억 원 수준의 예산이 필요한 대규모 사업인 만큼 야당 의원들은 국감을 앞두고 검증을 벼르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산자위 소속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석유공사가 액트지오에 추가로 유망성 평가를 맡기면서 용역비로 170만 달러를 집행한 사실을 공개했다.
권 의원은 “액트지오가 이미 평가를 완료한 곳에 추가 평가를 하는데 기존에 지급한 금액보다 더 큰 돈을 지급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석유공사 입맛대로 평가해 준 액트지오에 사례금 성격으로 용역비를 과다 책정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권 의원의 주장을 놓고 “국가계약 관련 법령에 따라 전문성, 가격을 중심으로 지명경쟁입찰을 진행하여 추가 유망성평가 업체를 선정했다”며 “액트지오에 사례금 성격으로 용역비를 과다하게 지급하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산자위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에 석유공사가 액트지오의 분석 결과를 받기 전부터 동해 탐사시추를 위한 자재 계약을 발주한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주목도를 고려하면 김 사장으로서도 올해 국감에서 야당의 질문 공세는 만만치 않을 수 있다.
김 사장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국감을 세 차례 치렀다. 다만 세 차례 국감에서는 모두 하베스트 방만 경영 문제 등 석유공사의 자본잠식 상태와 관련한 현안이 주로 다뤄졌다.
정치적 현안으로 다뤄지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비교하면 야당의 공세 수위는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이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진행을 위해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기업 사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연임에 성공한 만큼 국감장에서 질의가 더욱 집중될 가능성도 크다.
김 사장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6월에 석유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올해 6월로 3년 임기를 마쳤으나 세계적 석유기업 셸(Shell)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는 등 경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9월에 1년 연임이 확정됐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