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의 새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수의계약 관련 의혹과 노조의 강한 반발, 공적자금 지원 여부와 규모 등이 메리츠화재의 MG손해보험 인수의 막판 변수가 될 가능성이 나온다.
4일 보험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주인 찾기’에 어려움을 겪던 MG손해보험은 수의계약 전환 뒤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MG손해보험은 부실금융기관으로 선정된 뒤 예금보험공사 주도로 4차례 공개 입찰로 매각이 추진됐으나 실패했다. 이후 관련법에 따라 올해 8월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수의계약 입찰 신청은 기존 마감일인 9월24일에서 한 주 연장돼 2일 최종 마감됐다. 입찰에는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PEF) 데일리파트너스 등 2곳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가 유력하다고 바라본다. MG손해보험 경영안정화를 위해선 큰 자금이 필요한데 메리츠화재는 자본안정성 면에서 경쟁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MG손해보험 노조의 강한 반발과 국감 공론화 가능성 등은 메리츠화재로 매각을 쉽지 않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MG손해보험 노동조합은 메리츠화재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날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MG손해보험 밀실 수의계약 저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를 거쳐 인수자로 확정되면 600명이 넘는 MG손해보험 근로자는 실직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처음 매각전에 ‘깜짝 등장’했을 때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된 ‘밀실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메리츠화재는 8월 MG손해보험 4차 매각 시도에서 실사도 없이 예비입찰에 참여하며 이목을 끌었다.
깜짝 등장에 노조뿐 아니라 시장 안팎에서는 계약이전(P&A)방식으로 우량 계약만 취해 인수하거나 공적자금 지원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메리츠화재는 이후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며 MG손해보험 4차 매각은 유찰됐다.
하지만 예금보험공사가 관련법에 따라 매각을 수의계약 형태로 전환한 이번 입찰에 메리츠화재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노조에서는 수의계약 입찰에 한 메리츠화재의 우선협상대상자 내정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더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특히 우량자산만 사들이고 고용승계 의무가 없는 P&A 방식으로 인수가 진행되며 고용안정성 측면 위험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지금까지 성과 위주 경영을 중시하며 좋은 실적을 내고 있을 때도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자금 상황이 좋지 않은 MG손해보험에서도 대규모 인력조정을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MG손해보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론화하는 방안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노조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위원 가운데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접촉하며 ‘직원 고용승계’ 화제를 강조해 왔다.
신장식 의원은 이날 MG손해보험 노조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수의계약 의혹과 관련해 발언하기도 했다.
▲ MG손해보험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뒤 예금보험공사에서 매각을 주도하고 있다. |
보험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최종 인수자로 확정된다해도 이후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지원 여부와 액수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보법 37조에 따르면 부실금융사를 합병하거나 영업양수, 혹은 계약이전을 받으려는 자는 예보에 자금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회부돼 정성·정량평가를 거쳐 자금집행 여부와 규모가 결정된다.
예금보험공사는 MG손해보험 인수자에게 공적자금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 입찰이 도마 위에 오른 만큼 지원액과 집행 여부에 날을 세운 시선이 많다.
배영진 MG손해보험 노조 지부장은 “메리츠화재는 예보에 공적자금 7500억 원을 신청했다고 들었다”며 “데일리파트너스는 4900억 원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예보의 공적자금 지원은 이전부터 ‘최소 비용 원칙’에 따라 운영됐다.
메리츠화재가 더 큰 자금을 요청했음에도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될 경우 공적자금 지원 규모와 집행 여부의 타당성에 이목이 끌릴 수밖에 없다.
예금보험공사는 2023년 두 차례 MG손해보험 매각을 시도했을 당시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이 한 곳도 없어 무산됐다.
2024년 3번째 매각 시도에서 예비입찰에 사모펀드 2곳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가 참여했지만 본입찰로 이어지지 않았다.
4번째 공개 입찰에서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 메리츠화재가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역시 본입찰에는 아무도 나서지 않으며 수의계약 전환으로 이어졌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