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레미콘 운송요금을 놓고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기사들 사이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레미콘 공급의 불안전성이 커지면서 공사 진행의 차질을 막기위한 건설사들의 대응 움직임도 분주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레미콘 갈등 해결 출구 안 보여 공사현장 변수 커져, 건설사 대응도 분주

▲ 경기도 안양시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10일 레미콘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기사들 사이 운반비 협상은 2개월 넘도록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레미콘 운송기사 단체는 7월1일부터 단체로 휴업을 시작하며 운반비 협상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운반비 협상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가 올해 6월 나온 레미콘 운송기사의 법적 성격을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판단한 결정이 나오면서 레미콘 제조사들이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미콘 운송기사의 법적 성격이 개인사업자면 이들의 모인 단체 역시 노조가 아니며 집단적으로 협상의 상대가 될 수 없고 집단행동도 인정되지 않는다.

7월10일께부터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기사들은 지역별로 협상단을 구성해 운송비 협상을 진행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운송비 조정을 놓고 합의에 이른 지역은 없다. 한 군데에서 협상이 이뤄지면 다른 지역 협상에 기준이 될 수 있어 부담이 큰 만큼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으로 읽힌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지역별로 상황에 차이는 있으나 대체적으로 아직 협상이 본격화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단기간 내에 협상이 속도를 낼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미콘 운송비를 둘러싼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운송기사 단체에서는 8월부터 ‘준법운행’을 내세우며 집단행동을 다시 시작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기사 사이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건설 현장에서는 레미콘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레미콘 운송비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 하기 전인 지난해부터 레미콘 공급 불안 등의 영향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진행하는 대구도남지구, 경주안강을 비롯해 경남개발공사가 시행하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현동남양휴튼 등 다수 주택공사의 준공, 입주가 지연됐다.

건설사로서는 레미콘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공기 지연,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이어져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레미콘 수급 불안이 심각해지면서 최근 특단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배경이다.

현대건설은 9일 국내 최초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에 직접 레미콘 제조공장을 짓고 운영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레미콘 공장 건설을 결정한 이유로 해당 공사가 5천여 가구를 건설할 정도로 공사 규모가 큰 데다 현장 인근의 교통난으로 ‘레미콘 제조 후 90분 내 타설‘이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레미콘 공장을 직접 지을 정도로 안정적 레미콘 수급이 건설사에는 절실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레미콘의 안정적 공급과 제조 뒤 신속한 타설은 건설업계 전반의 오랜 과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 업계 최초로 ‘레미콘 운송정보 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레미콘 차량 위치와 배합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타설 속도와 배차 간격을 조정함으로써 원가 손실을 방지했다.

삼표산업은 8월에 고온, 장시간에도 시공 성능을 유지하는 초유지 콘크리트 ‘블루콘 킵 슬럼프’를 내놓기도 했다.

박민용 삼표산업 상무는 블루콘 킵 슬럼프를 놓고 “수년간 건설업계의 이슈이자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레미콘 품질관리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연구에 매진한 끝에 초유지 콘크리트 킵 슬럼프 개발에 이어 현장 적용을 하게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