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가 산업재해보상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법안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업무상 질병에 포함하는 법안과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근로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 ‘정신적 스트레스’ 산재 인정 법제화 움직임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회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을 개정해 감정노동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이 펼쳐지고 있다.

  서형수 한정애 신창현, 감정노동자의 산재인정 확대법 발의  
▲ 서형수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산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업무상 질병에 ‘감정노동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을 명시하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한정애 더민주 의원도 10월28일 같은 취지의 산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의원은 “산업재해에서 직무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인정된 것은 1%에 불과하다”며 “감정노동자의 보호를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산재법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질병은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 병원체 등을 취급한 경우,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된 경우뿐이다.

물론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질병을 포함한다’는 조항으로 정신적 침해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지만 정신적 질병은 그동안 산재로 인정받기 어려웠다.

올해 산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업무상 질병을 폭넓게 인정하려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개정 시행령은 3월28일부터 시행됐는데 ‘업무와 관련한 정신적 충격 등에 따른 적응장애나 우울병 에피소드’를 업무상 질병의 구체적인 인정기준에 추가했다.

그 결과 근로복지공단이 고객으로부터 성희롱과 폭언을 들은 뒤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한 이마트 직원을 업무상 질병을 인정하는 등 기류가 바뀌고 있다.

◆ 산재 입증 책임 완화하는 법안도 발의

업무상 재해를 놓고 근로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법안도 이미 발의됐다.

산재로 인정받으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현행법은 이를 증명할 책임을 근로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서형수 한정애 신창현, 감정노동자의 산재인정 확대법 발의  
▲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신적 스트레스의 경우 신체적 질병보다 뚜렷한 인과관계 증명이 애매할 수밖에 없는 만큼 입증책임의 전환은 중요한 문제다.

신창현 더민주 의원은 10월21일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판정과정에서 근로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도록 하는 산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한 물질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된 적이 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되도록 근로자의 책임을 제한했다. 근로자의 업무수행과 질병의 상관관계에 대해선 근로복지공단이 입증책임을 지게 된다.

19대 국회에서도 같은 취지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새누리당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여소야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도입된지 50년이 지나 시대에 뒤떨어진 산재법을 개편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산재보험 대상을 확대하고 입증책임을 근로복지공단이 부담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