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되면서 실질적으로 핵심 자회사 한미약품 실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나온다. 사진 왼쪽부터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한미약품 영업이익의 핵심인 북경한미약품 대표 자리를 놓고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등 3자 연합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형제가 갈등 양상이 확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의 북경한미약품 동사장 선임 문제를 놓고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동사장은 동사 가운데 가장 높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에서 동사가 이사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사장, 즉 대표이사를 뜻한다.
한미약품은 북경한미약품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북경한미약품의 동사장을 기존 송영숙 회장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로 바꾸는 작업은 법적으로 완결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별도의 동사회를 개최하지 않고도 동사장을 선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표의 동사장 선임도 이런 절차에 따라 법적 등기만 받지 않았을 뿐 이미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경한미약품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는 임종윤 사내이사는 한미약품의 주장이 허위라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북경한미약품 동사장 선임 문제는 안갯 속이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북경한미약품의 동사장을 기존 송 회장에서 박 대표로 실질적으로 바꾸기 위해 중국을 찾았지만 북경한미약품 동사들이 동의하지 않은 탓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윤 이사는 이와 관련해 현재 박재현 대표를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임종윤 이사측은 “박 대표가 2일 열린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자신을 북경한미약품의 동사장이라고 허위 보고했다”며 “이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라고 주장했다.
오너일가의 갈등이 한미약품과 북경한미약품의 관계를 삐거덕하게 만드는 방아쇠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사업에 잔뼈가 굵은 임종윤 이사는 현재 자신의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을 통한 북경한미약품과 협업을 이어갈지 고려하고 있다. 임종윤 이사는 코리그룹을 통해 북경한미약품에서 생산된 제품을 중국 현지에 유통하고 있는데 이 협업이 틀어진다면 북경한미약품 실적이 실질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사진)이 2일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한미약품 임시 이사회에서 중도에 퇴장한 이후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종윤 이사는 2일 열린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퇴장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코리그룹은 중국 내 의약품 유통 허가증인 GSP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일반 회사들이) 따내기 쉽지 않다”며 “코리그룹도 손해를 볼 수 있지만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나를 내쫓고 있는데 내가 여기를 도와줄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한 바 있다.
한미약품은 임종윤 이사의 반응과 관련해 중국 현지 제약사에 일반의약품 8종을 자체적으로 판매한다고 밝히는 등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현재 북경한미약품이 생산하는 의약품 전체의 판매처를 옮길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북경한미약품은 한미약품의 수익성에 뿌리인 만큼 한미약품 전반으로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북경한미약품은 한미약품의 핵심 계열사로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987억 원을 내며 같은 기간 한미약품 연결기준 전체 매출의 26%를 차지했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도 2분기 252억 원을 거둬 한미약품 전체 영업이익의 43%를 이끌었다.
만약 임종윤 이사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대응하면서 한미약품의 핵심인 북경한미약품에 타격을 주게 된다면 결국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한미약품그룹의 실적을 흔들리게 하는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까지 받을 수 있다.
이미 한미약품에서도 오너일가의 갈등이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한미약품은 2일 이사회를 열고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를 단독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지만 부결됐다.
앞서 박 대표는 8월28일 한미약품그룹 인트라넷에 자신의 이름으로 한미약품 신설 조직과 관련 인물을 임명하는 인사를 냈는데 이와 관련해 임종훈 대표가 항명으로 받아들이면서 박 대표를 전무로 강등했다. 박 대표는 임종윤 이사의 조치가 실질적 효력이 없다며 여전히 회사 대표는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임종윤 이사는 2일 "이사회 내 오염된 외부세력을 해임을 시키기 위해 한미약품 임시주총을 개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