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의 희귀금속 및 희토류 수출 규제가 글로벌 공급망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며 미국을 겨냥한 중국의 무역보복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희귀금속인 안티모니 수출 통제를 시작한 것은 글로벌 주요 산업 공급망을 장악하기 위한 본격적 행보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주요 동맹국이 반도체를 비롯한 분야에서 대중국 규제 기조를 이어간다면 어떤 결과를 부를 수 있는지 예고하는 경고장이자 미중 관계에 중요한 시험대라는 것이다.
로이터는 29일 “중국의 안티모니 수출 제한 계획 발표는 미국 및 서방 국가들과 관계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해 갈륨과 게르마늄의 해외 공급을 통제하기 시작한 데 이어 최근 안티모니를 수출하려면 반드시 당국의 허가를 거치도록 하는 조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른 시일에 텅스텐과 은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이러한 희귀금속 및 희토류는 모두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신재생에너지와 군사무기,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소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 정부가 해외 국가에 공급량을 제한한다면 주요 제조업과 군사 안보에 모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잠재력이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이번에 추가된 안티모니는 러시아산 물량 수입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단되며 공급 부족이 벌어지고 있는 소재라 글로벌 공급망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출제한 조치와 관련해 중국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닌 자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및 기술 패권 싸움과 무관하게 보기는 어렵다. 중국이 미국과 동맹국의 반도체 및 전기차, 태양광 수출 규제에 보복하는 차원이 유력하다.
로이터는 “중국의 수출 통제는 현재 단계에서 직접적인 공격보다 경고장의 성격이 강하다”며 “과거에도 희토류 공급 제한으로 상당한 파급효과를 이끈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2010년에 일본에 자동차와 컴퓨터 부품 등에 쓰이는 희토류 공급을 제한한 적이 있다. 당시 양국이 벌이고 있던 영토 분쟁과 관련한 보복조치를 시행한 것이다.
로이터는 중국이 특히 미국의 인공지능(AI) 기술 관련 규제에 맞서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이 마지막 경고장이 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을 전했다.
▲ 호주에서 생산되는 여러 희토류 샘플 사진. |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안티모니와 텅스텐, 은을 수출하는 자국 기업이 해외 수출 이력을 공개하고 정해진 재무 요건을 충족하도록 요구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텅스텐과 은도 중국에 전 세계 공급망 의존도가 크고 주요 산업에 쓰이는 핵심 소재에 포함되는 만큼 수출 통제가 상당한 여파로 이어질 잠재력이 충분하다.
지난해 중국이 공급 제한을 시작한 갈륨과 게르마늄 소재는 이미 글로벌 반도체와 군사무기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서방 제조기업들은 중국의 수출 규제에 따른 영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이 해당 소재 공급을 제한하기 시작한 뒤 갈륨과 게르마늄 가격은 유럽에서 두 배 가깝게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수출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이는 다수의 국가가 희귀금속 및 희토류 수급을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한 데 따른 약점을 보여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러한 사례가 안티모니를 비롯한 다른 소재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이 고의적으로 물량을 통제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이를 통해 외교적 지위를 강화하는 한편 친환경 산업에서 자국 기업의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려는 목적을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중국이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하는 희귀금속과 희토류 소재 종류가 늘어날수록 미국과 동맹국이 대중국 규제 강화 기조를 이어가는 일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떠오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지속되는 한 중국 당국에서 자발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