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지정감사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회계사 출신 여야 의원들이 모두 지정감사제를 확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회계제도 개편방안에 지정감사제 확대 의견을 수용할지 주목된다.

  엄용수 최운열 채이배, 지정감사제 확대 한 목소리  
▲ 엄용수 새누리당 의원.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엄용수 새누리당 의원은 10월 31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외부감사인을 자율적으로 선임하고 있다.

단 상장을 앞둔 회사나 부채비율 200%가 넘는 회사 등 일부 회사에 대해서만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지정하고 있는데 이 지정감사제를 주권상장법인과 금융회사 전체로 확대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감사인의 자료제출 요구 및 재산상태 조사권한을 임의규정에서 강행규정으로 수정하도록 했다. 또 증권선물위원회의 과태료 부과 대상을 감사인뿐 아니라 회사 및 관계회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재무제표 작성 책임을 회사가 지도록 하는 등 감사인의 권한을 보장하고 회사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내용도 담겼다.

엄 의원은 “현행 자율감사제도는 회계감사 품질을 떨어뜨리고 부실감사로 이어지는 원인 중 하나”라며 “회계제도 전반에 걸쳐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지정감사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회계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10월25일 분식회계 근절을 위한 회계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고 지정감사제도 확대를 논의했다. 채 의원은 “회계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정감사제 도입은 불가피하다”며 관련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회계업계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는 자유선임제는 기업과 회계법인 사이에 갑을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지정감사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당시 토론회에서 “외부감사 자유선임제를 실정에 맞게 고쳐야 한다”며 “자유선임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이뤄지는 건 시험채점을 수험생이 직접 하는 것과 같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회계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공인회계사 출신 의원들이 제도개선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받는다. 회계사 출신인 채 의원뿐 아니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정감사제 확대를 주장한다. 이번에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엄용수 의원 역시 공인회계사 출신이다.

금융감독원은 공인회계사회, 한국회계학회, 한국상장사협의회 등과 함께 8월 회계제도개선 태스크포스를 출범하고 회계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달 중으로 개선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정감사제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지정감사제 확대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며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는 의견을 나타낸다.

하지만 정치권과 회계업계에서 지정감사제 확대 요구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를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6년간 자율감사 선임을 한 뒤 3년간 지정감사를 받도록 하는 혼합감사제 등의 방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