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조선업 구조조정 표류하나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향방이 안갯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처들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데다 ‘최순실 사태’가 국정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구조조정을 추진할 동력도 상실할 수 있다.

2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31일에 발표할 조선·해운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에 조선사들의 설비와 인력 감축을 통한 공급능력 축소, 비핵심자산 매각, 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들 기술력 확보 등 조선업 구조조정의 큰 틀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유 부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조선업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놓고 “개별 조선사마다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핵심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사업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강화방안에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대형 조선사 3곳의 구조재편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들이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의 조선3사 분석보고서를 놓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적인 부분에 손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 부처 간 의견차이 때문에 기존에 알려진 내용을 재확인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는 10월 말에 조선업 구조조정방안을 발표하는데 17일에 개별 정부부처의 진행상황을 점검하려고 하니 정부에서 보고할 내용이 없고 준비되지 않았다는 답변만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들의 이견을 조율해야 할 청와대는 ‘최순실 사태’로 정책의 콘트롤타워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다.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유 부총리는 박 대통령과 별도의 면담을 통해 경제상황을 논의해 왔지만 최근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유 부총리와 호흡을 맞춰야 할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최순실 사태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최순실 사태가 내각총사퇴나 거국중립내각 구성으로 이어질 경우 조선업 구조조정 작업이 당분간 ‘올스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부가 최순실 사태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질 경우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 것”이라며 “조선업 구조조정이 정부와 국회의 긴급현안에서 밀려나면 상당기간 표류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