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반도체 설계기업들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재고 축적에 속도를 내며 대만 TSMC 파운드리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떠오른다. TSMC 반도체 생산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중국 고객사들의 반도체 파운드리 수주 물량을 늘리며 3분기에도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반도체 설계기업들이 연말 미국 대선에 따른 변수에 대비해 재고 축적에 속도를 내면서 TSMC의 공장 가동률 상승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경제일보는 22일 “미국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며 “이는 TSMC의 3분기 실적에 긍정적”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앞세우는 대선 공약은 여러 측면에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다만 중국을 상대로 한 반도체 등 기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일치한 시각을 나타낸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중국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 강화를 전면에 내세운 데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뒤이을 민주당 대선 후보도 유사한 기조를 보일 공산이 크다.
경제일보는 중국 반도체 설계기업과 제조기업들이 미국 대선 뒤 정책 변화에 대비해 반도체 재고 물량을 축적하려는 움직임도 활성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중국을 상대로 한 반도체 기술 및 수출 규제가 더욱 엄격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TSMC 전체 매출에서 중국 고객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분기 기준 중국 매출은 전체의 16%를 차지해 1분기 대비 7%포인트 높아졌다.
경제일보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중국 고객사들의 반도체 수요를 늘려 TSMC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3분기에도 이러한 효과가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또 TSMC가 중국 수요에 힘입어 3분기 매출도 자체 목표치와 시장 평균 예상치를 모두 뛰어넘을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현재 미국 정부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TSMC에서 위탁생산하는 미세공정 반도체 물량을 확보할 수 없다.
미국 정부가 향후 블랙리스트 대상을 더 많은 중국 반도체기업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경제일보는 이에 따라 중국 고객사들의 위탁생산 주문 물량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나며 TSMC 파운드리 실적 증가와 가동률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화웨이는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포함되기 전에 TSMC에 선제적으로 반도체 주문 물량을 대폭 늘려 규제 시행 이전까지 최대한 많은 재고를 확보하려 시도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가 현실화된다면 TSMC가 중국 고객사들에 거두는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중장기 관점에서 타격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크다.
경제일보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자체 생산을 위한 장비 재고 축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미국 대선이 당분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