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에 의료기기를 파는 것을 방해한 의사단체들이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와 전국의사총연합, 대한의원협회에 모두 11억37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 한의사에 의료기기 판매 막은 의사단체에 과징금  
▲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김호태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총괄과장은 “대한의사협회 등이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위법행위를 했다”며 “이 때문에 한의사의 경쟁력이 약화해 한의원 진료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후생도 감소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기회사가 초음파진단기기를 한의사에게 팔지 못하도록 2009년 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수년에 걸쳐 거래를 감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GE헬스케어코리아가 한의원과 한방병원을 대상으로 지난 2009년 1월부터 초음파기기 판매광고를 시작하자 “한의사에게 의료기기를 판매하지 말라”며 이를 어길 경우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공문을 GE헬스케어에 보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GE헬스케어는 한의사와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한의사와 계약을 맺은 9대의 초음파기기의 계약파기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기도 했다.

의사단체들의 GE헬스케어에 대한 압박은 또다른 유력사업자인 삼성메디슨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메디슨과 한의사의 거래는 2009년 이후 급격히 줄어들어 현재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는 2011년 7월 국내 1∼5순위의 대형 진단검사기관들에도 한의사의 혈액검사 요청에 응하지 말 것을 강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의사총연합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필의료재단·녹십자의료재단·씨젠의료재단 등에 한의사와 거래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대한의원협회는 같은 기간 녹십자의료재단에 거래중단을 요구해 보조를 맞췄다.

의사단체로부터 요구를 받은 진단검사기관들은 모두 거래를 전면중단하거나 거래중단을 약속했다.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현행 의료법상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구입은 불법이 아니며 학술·임상 연구를 목적으로 일반 한의원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또 한의사는 직접 혈액검사를 하거나 혈액검사를 위탁해 진료에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의사단체들이 주요 대형 진단검사기관들을 압박해 거래선을 봉쇄한 탓에 한의사들은 이들을 대체할 다른 기관을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대한의사협회에 10억 원, 전국의사총연합에 1700만 원, 대한의원협회에 1억2천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의사단체들은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공정위 결정문을 받게 되면 상임이사회를 통해 정확한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이번 공정위 판단은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잘못 이해한 것인 만큼 당연히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사필귀정”이라며 “그동안 불공정한 경쟁관계에서 발전하지 못한 한의원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공정한 경쟁 속에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