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방향을 포함해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10월 말까지 내놓을 수 있을까?
맥킨지 보고서를 놓고 정부 내부에서조차 교통정리가 되지 않고 있어 11월 초에나 강화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 나돈다.
강화방안이 나와 봤자 무용지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위원회 의견 엇갈려
18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 구조조정을 집행할 정부 내에서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맥킨지 보고서가 참고용일 뿐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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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
임 위원장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맥킨지 보고서는 그야말로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용도”라며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고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이에 앞서 6일에도 “맥킨지 보고서가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대규모 부실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일단 조선업황이 회복될 때까지 대우조선해양을 끌고 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에 내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여신은 14조 원에 이른다.
반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맥킨지 보고서 초안에 실린 대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양사체제로 재편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함께 맥킨지에 컨설팅을 의뢰한 주체인 만큼 컨설팅 결과를 크게 반박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맥킨지 보고서를 부정하거나 과소평가할 경우 스스로 정책적 판단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시적 충격이 크더라도 국내 조선업의 장기 경쟁력을 위해 이른 시일 안에 결단을 내리는 게 낫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앞서 발표된 철강업종과 석유화학업종의 컨설팅 결과도 대체적으로 수용했다.
정부는 10월 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한다. 발표 전까지 교통정리가 돼야 하는 상황이지만 서로의 이해관계가 달라 목소리를 모으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 부총리도 최근 “내용에 대해 이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 대선 1년 앞으로, 구조조정 실기하나
발표가 늦어지면서 혼란만 키우고 있다.
특히 맥킨지 보고서 초안에 양사체제 개편안이 담겼다는 사실과 대우조선해양의 반발로 이 내용이 최종 보고서에서 빠질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맥킨지 보고서의 신뢰도도 떨어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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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3월10일 오전 서울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경영정상화와 향후 계획 등을 밝히고 있다.<뉴시스> |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강하게 반발한다고 중간에 핵심내용을 뺐다는 사실이 다 알려진 마당에서 최종 보고서가 나온다 해도 얼마나 시장의 신뢰를 얻겠느냐”며 “이런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가 구조조정을 추진할 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맥킨지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두고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이미 ‘전제부터 잘못됐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 이어 불과 3년 전 지금과 정반대의 컨설팅 결과를 내놓은 사실도 알려졌다.
정부가 구조조정 적기를 이미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업의 경우 직원 수가 많고 지역경제에 파급력이 매우 큰 만큼 구조조정 과정에서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 날이 갈수록 구조조정 칼날이 더욱 무뎌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의 분사 추진에 맞서 파업 강도를 높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최근 회사의 희망퇴직 실시에 반발하며 단체행동에 들어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