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정부의 성과연봉제 밀어붙이기에 제동을 거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내놨다.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동의절차를 구체화하는 법안인데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강압적으로 성과연봉제 동의를 얻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이용득, 성과연봉제 강행에 제동거는 법안 발의  
▲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용득 더민주 의원 등 22명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구체화한 근로자기준법 개정안을 17일 발의했다.

개정안은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 노조의 동의로 얻도록 하고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를 거쳐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현행법이 동의의 방법 및 절차 등을 규정하지 않고 있어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갈등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 의원실의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등을 추진할 때 간부들이 일방적으로 근로자들에게 동의서명을 요구하는 등 편법을 저지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추후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조심스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 발의는 성과연봉제에 대한 노조의 동의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는 가운데 노조의 동의 대신 강제적으로 개별 직원들의 동의서를 받는 ‘꼼수’가 문제되는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정부와 회사는 ‘직원 동의서를 받았으므로 근로기준법 제94조를 충족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조는 ‘강압적인 동의로 무효’라고 반발하고 있다.

5월17일 금융노조 산하 산업은행지부는 이동걸 회장과 부행장, 본부장, 지점장 등 180명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에 고발했다. 직원들을 한 명씩 부서장실로 불러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협박했다는 이유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지부도 같은 혐의로 사측을 고발했다.

한국중부발전은 부서별로 동의서 수량을 강제할당하고도 과반수 확보에 실패하자 이사회를 열어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각 과별로 가위바위보를 하든 사다리를 타든 2장씩 동의서를 써달라”며 협박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한국전력공사도 공개투표 논란이 일었다. 투표소에 가림막이 없는 데다 관리자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전은 성과연봉제에 대한 근로자의 찬성이 겨우 절반을 넘겼다.

노조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때 편법으로 근로자의 동의를 얻는 경우뿐 아니라 과반수 노조가 아예 없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4월 제4노조를 만들기 전까지 기존 3개 노조 어느 곳도 근로자 6100명의 과반수가 되지 못했다.

박성우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회장은 “현행법상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동의절차에 대한 세세한 조문이 없어 사업자가 개별 근로자에게 회람 방식으로 동의를 강요해도 이를 제재하기 어려웠다”며 “현행법도 동의절차에서 사용자 개입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투표방식 도입 자체를 반대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