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을 요구하면서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7일 “삼성그룹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지배구조개편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삼성물산 등이 삼성생명에서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의 자본효율성이 크게 강화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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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투자회사를 합병해 지주회사로 만들 것을 요구했는데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이나 삼성생명이 소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가운데 한쪽은 정리돼야 한다.
현행 지주회사법은 지주회사와 자회사 사이에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3%를,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 19.3%를 소유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 19.3%를 전부 팔아 상호출자관계를 해소한 뒤 이 돈으로 삼성생명이 소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3% 가운데 일부를 사들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의 가치는 5조 원 수준인데 이를 전량 팔면 삼성생명이 보유하는 삼성전자 지분 2.5% 정도를 사들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5% 밑으로 떨어져 금융지주회사의 요건도 맞출 수 있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한 대금으로 삼성생명에서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입한다면 삼성그룹 입장에서도 보험업법 개정안 등 강화되는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파악했다.
보험업법 개정에 따라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와 신지급여력(RBC)비율 제도 등이 도입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한 위험부담금을 최대 40%까지 쌓아야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가치가 18조5천억 원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7조4천억 원을 적립해야 한다. 이 경우 삼성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1분기 기준 350%에서 100%포인트 이상 떨어져 재무건전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의 처리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