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내연녀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가 롯데그룹 오너일가 가운데 롯데홀딩스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롯데그룹의 경영권 향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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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왼쪽)과 내연녀 서미경씨. |
신 총괄회장이 내연녀와 딸에게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두 아들보다 더 많이 물려준 배경을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 등에서 확보한 자료를 통해 서미경씨 모녀가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6.8%를 보유한 사실을 확인했다.
서씨 모녀 지분 외에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3.0%)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1.6%),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4%),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0.4%) 지분까지 합치면 롯데그룹 오너일가는 롯데홀딩스지분 13.3%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는 광윤사(28.1%)와 종업원지주회(27.8%), 공영회(13.9%), 임원지주회(6.0%) 등이 나눠 보유하고 있다.
서씨 모녀는 1997년과 2005∼2006년에 걸쳐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롯데홀딩스 지분을 물려받았다.
서씨 모녀는 롯데그룹 경영에 사실상 관여하지 않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자식들이 아닌 내연녀와 딸에게 경영권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는 지분을 물려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서씨 모녀가 보유한 롯데홀딩스 지분율 자체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일본인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쪽으로 각각 갈리게 될 경우 이 지분이 경영권 결정에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신 총괄회장이 단순히 서씨 모녀에 대한 정이 각별해 지분을 넘겼다고 보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가치가 높아 서씨 모녀에게 한몫 크게 떼어준 모양새가 됐다”며 “하지만 신 총괄회장의 재산이 조 단위로 추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재산을 상속해준다는 의미에서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을 넘겼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1%의 가치는 약 1천억 원대로 추산된다.
신 총괄회장이 유사시에 대비해 서씨 모녀에게 롯데홀딩스 지분을 넘겨주고 그룹 후계구도가 완성되면 경영권을 뒷받침할 우호세력 역할을 하도록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홀딩스 지분을 서씨 모녀에게 물려줄 당시 이미 고령이었다. 당시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가운데 누구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것인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영권을 물려받을 사람이 분란을 겪지 않도록 힘을 실어줄 장치를 마련해둘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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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서씨 모녀가 보유한 롯데홀딩스 지분이 결국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촉매제가 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사실상 신동빈 회장이 이끌어가고 있는데 정작 그룹을 지배하는 주요 회사들의 지분율은 미미하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 아버지의 내연녀와 그 딸까지 롯데홀딩스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신 회장이 경영권 승계구도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4년부터 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경영권 경쟁을 벌여왔다. 지난해 1월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계열사 주요 임원직에서 해임되고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인 광윤사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광윤사 지분 38.8%를 보유해 신동주 전 부회장에 못 미친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