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4-04-11 15:42:42
확대축소
공유하기
▲ LG에너지솔루션이 ESS 전용 리튬인산철 배터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배터리 수요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11일 LG에너지솔루션 안팎에 따르면 회사는 ESS용 LFP 배터리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ESS 배터리 사업은 잠재성과 성장성이 높은 사업으로, 관련 사업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투자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도 지난 2월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이사회 협회장을 선출된 뒤 “(ESS 배터리 부문을)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좀 더 잘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ESS의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겨냥해 2020년부터 공격적 투자를 해왔다. 회사는 지난해 2조원 규모의 ESS 배터리 매출을 2028년까지 3배 이상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회사는 그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추진한 미국 애리조나 퀸크릭 ESS전용 LFP 배터리 공장 건설에 지난 4일 본격 착수했다. 2026년 공장이 완공되면 회사는 미국 내 유일한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갖추게 된다.
공장 건설 투자 규모는 7조2천억 원이며, 완공 시 LFP 배터리 생산능력은 연간 17기가와트(GW)다. 이는 4인 가정용 12kW ESS 기준으로 141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회사 측은 기술 강점을 지니고 있는 기존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NCM) 배터리가 아닌 LFP 배터리를 ESS에 적용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징이 지난 2월15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이사회에서 8대 협회장으로 선임된 후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ESS는 전기차와 달리 고정된 지역에 큰 부피와 무게로 설치하는 데 따른 공간 제약이 덜하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가 낮은 LFP 배터리 크기의 제약을 덜 받고, 기존 NCM 배터리보다 화재 등 안정성 측면에서 더 장점이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 LFP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가정용 수요가 많은 ESS 제품으로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증권가도 회사의 ESS용 LFP 배터리 사업 성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현대차증권 측은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 공장 일부를 ESS용 LFP 배터리 전용 생산라인으로 전환했고, 2026년부터는 미국에서 ESS 전용 LFP공장을 가동한다”며 “ESS를 통한 배터리 사업 성장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매출 6조1287억 원, 영업이익 1573억 원을 기록할 것이란 잠정 실적을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9%, 영업이익은 75.2% 감소하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감소에 더해 미국의 AMPC(투자세액공제) 혜택분을 제외하면 2020년 말 LG화학에서 분할 된 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적자(316억 원)를 기록하는 것이다.
회사 실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던 AMPC 혜택 역시 감소하는 중이다. 꾸준이 증가하던 AMPC 금액은 1분기엔 이전 분기(2500억 원)와 비교해 24.4% 감소한 1890억 원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실적 악화의 주 요인은 전기차 수요 둔화다.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라 배터리 양극재 생산기업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7일 포드, SK온과 함께 북미지역에 건설하기로 한 공장 건립을 2026년 상반기에서 2027년으로 미뤘다.
대표적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 판매실적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8.5% 줄어든 데 이어 2분기에도 4.6%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4일 착공에 들어간 미국 애리조나 퀸크릭 ESS전용 LFP배터리 공장 조감도.
회사는 당분간 전기차 배터리 수요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ESS 전용 LFP 배터리 사업으로 실적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해 1분기 전체 매출에서 5.2% 가량 차지했던 ESS 배터리 매출 비중이 그 해 4분기 16.3% 가량으로 증가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4분기 회사의 ESS 배터리 매출을 전년 동기(1조1710억 원)보다 22% 증가한 1조4300억 원으로 예상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은 올해 1월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북미 전력망 수요에 적극 대응해 ESS 배터리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배 가량 성장했다”며 “ESS 배터리는 작년 말부터 생산을 시작한 LFP 제품의 시장 공급을 본격화하고, 통합 솔루션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 ESS 배터리 시장 규모는 설비기준으로 235기가와트헤르츠(GWh), 금액기준으론 약 400억 달러(53조 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85GWh 시장규모에 비해 27% 성장한다는 것이다.
또 블룸버그 에너지금융연구소(BNEF)에 따르면 세계 ESS 시장은 2030년 2620억 달러(약 336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세계 에너지 관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 키워드로 ESS가 꼽히는 이유는 주택과 상업, 기업 및 전력발전 산업 모두에서 ESS 활용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