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을 내비치며 산업은행에 자금지원을 압박했고 산업은행은 이에 대한 반감으로 법정관리를 수수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과 한진해운의 감정싸움에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닌가"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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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한진해운은 “단기유동성 지원이 없으면 단기간 내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며 “산업은행을 비롯한 모든 채권자가 상당한 손실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공문을 보냈다.
한진해운이 산업은행과 지난 6월 유동성 지원 방안을 놓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직접 법정관리를 언급하며 산업은행을 압박한 셈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8월19일 “삼일회계법인의 실사결과에 따르면 용선료 등 채무재조정이 성사되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자금부족이 예상돼 조달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지난 8월25일 산업은행에 보낸 공문에서 입장을 바꿨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한항공이 2017년까지 4천억 원, 한진그룹 계열사 1천억 원 등 5600억 원 규모의 부족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재원마련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최종적으로 자금지원을 거절했다.
박 의원은 “한진해운이 대마불사식의 안일한 인식으로 대처하다가 뒤늦게 자금조달방안을 내놓은 것이 산업은행의 지원거절 사유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은행이 지원을 거절한 근거로 제시한 삼일회계법인의 한진해운 잠정실사보고서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보통(Moderate)’의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2017년 말에 8620억 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악(Worst)’의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2017년 말에 1조2296억 원 규모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박 의원은 “한진해운이 내놓은 자금 조달방안 5600억 원에 한진해운이 요청한 채권단의 지원자금 6천억 원을 더하면 1조1600억 원 규모의 지원이 가능했다”며 “이는 유동성을 극복하기에 사실상 충분했던 자금이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막대한 경제적 피해와 국부유출이 예상되는 상황에도 정부와 산업은행은 구체적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방관했다”며 “정부와 한진해운의 감정싸움 때문에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한국해양수산개발원으로부터 받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영향 및 대책’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해운업에서 퇴출되면 한진해운이 다루는 물동량 188만TEU 가운데 118만TEU(62.8%) 규모의 물동량을 외국선사에게 빼앗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이에 따른 피해금액이 해운수입손실 7조7천억 원, 추가운임부담 4407억 원, 항만 부가가치 1152억 등 모두 8조255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