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을 내비치며 산업은행에 자금지원을 압박했고 산업은행은 이에 대한 반감으로 법정관리를 수수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과 한진해운의 감정싸움에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닌가"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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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4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산업은행과 한진해운 간 공문서 수발신 목록’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지난 6월16일 산업은행에 단기유동성 지원을 요청하며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진해운은 “단기유동성 지원이 없으면 단기간 내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며 “산업은행을 비롯한 모든 채권자가 상당한 손실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공문을 보냈다.
한진해운이 산업은행과 지난 6월 유동성 지원 방안을 놓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직접 법정관리를 언급하며 산업은행을 압박한 셈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8월19일 “삼일회계법인의 실사결과에 따르면 용선료 등 채무재조정이 성사되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자금부족이 예상돼 조달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지난 8월25일 산업은행에 보낸 공문에서 입장을 바꿨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한항공이 2017년까지 4천억 원, 한진그룹 계열사 1천억 원 등 5600억 원 규모의 부족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재원마련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최종적으로 자금지원을 거절했다.
박 의원은 “한진해운이 대마불사식의 안일한 인식으로 대처하다가 뒤늦게 자금조달방안을 내놓은 것이 산업은행의 지원거절 사유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은행이 지원을 거절한 근거로 제시한 삼일회계법인의 한진해운 잠정실사보고서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보통(Moderate)’의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2017년 말에 8620억 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악(Worst)’의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2017년 말에 1조2296억 원 규모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박 의원은 “한진해운이 내놓은 자금 조달방안 5600억 원에 한진해운이 요청한 채권단의 지원자금 6천억 원을 더하면 1조1600억 원 규모의 지원이 가능했다”며 “이는 유동성을 극복하기에 사실상 충분했던 자금이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막대한 경제적 피해와 국부유출이 예상되는 상황에도 정부와 산업은행은 구체적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방관했다”며 “정부와 한진해운의 감정싸움 때문에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한국해양수산개발원으로부터 받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영향 및 대책’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해운업에서 퇴출되면 한진해운이 다루는 물동량 188만TEU 가운데 118만TEU(62.8%) 규모의 물동량을 외국선사에게 빼앗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이에 따른 피해금액이 해운수입손실 7조7천억 원, 추가운임부담 4407억 원, 항만 부가가치 1152억 등 모두 8조255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