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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마음] 거짓말의 순기능, 우리 삶의 비타민이자 윤활유

반유화 yoowha.bhan@gmail.com 2024-04-01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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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마음] 거짓말의 순기능, 우리 삶의 비타민이자 윤활유
▲ 허구로서의 거짓말은 또한 우리 삶의 윤활유다. 윤활유 없는 기계는 마찰음을 내다 결국 마모되듯, 소설과 영화, 만화, 전래동화 같은 모든 허구가 없었다면 우리는 경직된 생각과 감정만을 가진 채 대단히 건조한 삶을 살며 고통받았을 것이다. < Unsplash >
[비즈니스포스트] 만우절을 맞아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그것도 매일 같이.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The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의 심리학 교수 제리 제리슨(Jerry Jellison)의 연구에서는 사람이 하루에 평균 200번 정도의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8분에 한 번꼴로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무엇이 거짓말인지에 대한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한 다른 연구에서조차 사람이 하루에 최소 2-3번은 거짓말을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거짓말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거짓말=나쁜 행위’라고 거의 공식처럼 주입받기 때문이다. 물론 대체로는 나쁘지만, 거짓말에는 분명 좋은 면도 존재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가 매일같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을 것이다. 거짓말의 긍정적인 측면은 분명히 덜 조명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거짓말의 순기능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하얀 거짓말(white lie)’이라 불리는 선의의 거짓말은 사회적 삶의 비타민같은 존재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같은 주영양소는 아니지만 인간의 생존에 절대 없어서는 안되는 비타민처럼,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생존을 위해 하얀 거짓말은 필수적이다. 

서로 격식을 차려야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식사를 다 마친 자리에 당신이 뒤늦게 나타났다고 해보자. "식사하셨어요?"라는 질문에 아직 밥을 안 먹었다고 정직하게 말할 수도 있지만, 서로가 곤란해지지 않기 위해 이미 밥을 먹었다고 말함으로써 상황을 유연하게 넘기는 순발력 역시 때로는 꼭 필요하다.

이렇듯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우리는 타인과 더불어 살 수 있다.   

그러니 직장동료가 나를 위해 구워온 맛없는 쿠키를 먹느라 진땀을 뺐어도 잘 먹었다고 해주고, 새로 산 옷이 별로라도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자.

허구로서의 거짓말은 또한 우리 삶의 윤활유다. 윤활유 없는 기계는 마찰음을 내다 결국 마모되듯, 소설과 영화, 만화, 전래동화 같은 모든 허구가 없었다면 우리는 경직된 생각과 감정만을 가진 채 대단히 건조한 삶을 살며 고통받았을 것이다.

얼마 전 봉준호 감독과 사석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예술가는 거짓말쟁이다“. 훌륭한 ‘거짓말쟁이’들 덕분에 우리는 촉촉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은 만 3~4세 경부터 상상력이 발달하면서 생기는데, 이때부터 우리는 허구의 이야기를 생산할 수 있고, 또 그것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흠뻑 빠져들 수 있게 된다. 우리는 허구의 이야기에 기꺼이 빠져들 준비가 되어있으며, 기가 막히게 속을수록 더 감탄하고 기뻐한다. 

허구가 없이 사실(fact)로만 이루어진 세상을 떠올려보기만 해도 마음이 퍼석퍼석하고 건조해지지 않는가. 예술 작품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주고받는 수많은 농담 역시 대부분 거짓말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무력감이나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시켜주는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그리고 만우절은 농담으로서의 거짓말이 지닌 이러한 효과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시덥지 않은 거짓말을 주고 받으며 우리는 일상의 긴장을 해소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기발해서 타인을 더 잘 속일수록 더 칭찬받을 수 있다.

그러니 오늘, 만우절에 가벼운 거짓말을 주고 받아보면서 스스로의 상상력을 뽐내고 가까운 사람들과 웃으며 일상에 기름칠을 해보자.  

추신: 이 글에는 거짓말이 숨어있다. 봉준호 감독이 언급된 문장과 그 다음 문장은 완벽한 거짓이다. 즐거운 만우절 되시길! 반유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여성학협동과정 석사를 수료했다. 광화문에서 진료하면서, 개인이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책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언니의 상담실', '출근길 심리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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