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은 대기업보다 '백종원 식당'이 더 두렵다  
▲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골목상권 상인들에게  ‘백종원 식당’은 대기업보다 무서운 존재다.

백종원씨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가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빠르게 골목상권을 장악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본코리아는 현재 중소기업으로 지정돼 신규점포 출점에 사실상 제약을 받지 않고 있는데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이찬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현재 홍콩반점, 새마을식당,빽다방,역전우동 등 20여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2011년 374개에 불과하던 점포수도 5년 만인 올해 1267개로 238%  급증했다.

외식 대기업인 CJ푸드빌이 현재 국내에서 10여개 브랜드와 2천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더본코리아의 확장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더본코리아의 매출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2015년 매출액은 1239억 원으로 2014년(927억 원) 대비 34% 늘었다. 2013년(775억 원)과 비교하면 60% 성장했다.

더본코리아가 빠르게 몸집을 불릴 수 있었던 것은 더본코리아가 중소기업기본법상 ‘음식점’이 아닌 ‘도소매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신규사업 진출과정에서 법적 규제를 거의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013년 한식, 중식 등 7개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의 진출과 신규점포 출점 자제를 권고해 왔다. 당시 도소매업과 음식점업의 경우 ‘상시 근로자수 200명 미만 또는 매출액 200억 원 이하’를 중소기업으로 규정했는데 이에 따라 더본코리아는 대기업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2015년 1월 1일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도소매업은 3년 평균 매출액 1천억 원 이하, 음식점업은 400억 원 이하로 규정이 변경됐다. 바뀐 규정에 따라 더본코리아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하루아침에 ‘신분’이 바뀌었다.

중기청은 더본코리아의 매출에서 도소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해 3월과 올해 4월 중소기업 확인서까지 발급했다.

대기업은 중기적합업종의 규제를 받아 신규출점을 제한을 받지만 더본코리아는 ‘신분 변경’으로 성장에 날개를 단 격이 됐다.

이찬열 의원은  “더본코리아가 중소기업 지정을 받았지만 더본코리아의 식자재(음식소스 등) 도소매는 백씨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식당사업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더본코리아는 음식점업에 더 가깝다”고 지적했다.

현재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73.3%가 음식점업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도소매업으로 등록된 곳은 9.0%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더본코리아는 원료를 대단위로 구입하면서 원가를 낮추기 때문에 영세상인들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더본코리아의 진출 분야도 김치찌개, 닭갈비, 국수 등 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하는 업종에 치중돼 있어 이들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영세상인들에게는 대기업보다 ‘백종원 식당’이 더 위협적일 수 있다”며 “정부 당국에서 합리적으로 관련 규제를 정비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중파와  케이블TV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백씨의 모습만 봐도 어떨 땐 두려움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더본코리아 측은  “고의적으로 법을 회피하려고 한 게 아니고 법이 개정돼 중소기업으로 분류됐을 뿐”이라면서도 “상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