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이 전속보험설계사를 대거 늘리는 과정에서 독립법인대리점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데 고심하고 있다.
◆ 전속설계사 판매채널 강화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전속보험설계사를 대거 늘리는 쪽으로 판매채널을 바꾸고 있다.
보험판매 채널은 보험회사에 속한 전속설계사와 독립법인대리점으로 구분된다. 독립법인대리점은 여러 금융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금융상품을 파는 판매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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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 |
김 사장은 메리츠화재의 전속설계사에게 상품판매 건당 수수료를 기존 800%에서 1000%까지 늘렸다. 이는 독립법인대리점이 받는 수수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보험판매수수료란 예를 들어 수수료가 1000%인 경우 월납보험금 10만 원인 보험상품을 판매하면 수수료로 100만 원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전속설계사의 경쟁력을 강화해 다른 보험사의 전속채널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사업단 및 본부 등 관리조직을 없애는 등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것도 운영비를 절감을 통해 전속설계사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전속설계사에 대한 지원을 늘려 전속설계사들의 이직도 막아 매출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메리츠화재는 독립법인대리점 비중이 경쟁회사들보다 10~15%포인트 가량 높다”며 “이 때문에 월별 매출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리츠화재는 6월 말 기준으로 전체 원수보험료 2조7712억 원 가운데 1조3789억 원(52.2%)을 독립법인대리점에서 얻었다.
독립법인대리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불완전판매율은 높아지고 지급여력비율(RBC)은 낮아지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김 사장의 전략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전속설계사의 수수료를 높인 뒤 보험설계사 720여 명을 새로 모으는 데 성공했는데 전체 손해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 보험대리점업계와 갈등
김 사장이 전속설계사를 늘리는 데 대해 독립법인대리점는 반발한다. 대리점의 설계사들을 빼가기라는 것이다.
일부 독립법인대리점은 메리츠화재의 보험상품에 대해 판매를 중단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우리는 독립법인대리점의 비중이 높은데 독립법인대리점과 다툴 이유가 전혀 없다”며 “전속채널을 강화하는 동안 독립법인대리점의 설계사를 의도적으로 스카웃한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대형 독립법인대리점 12곳의 사장단과 만나 수수료 문제를 놓고 면담하는 등 독립법인대리점업계와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사장이 독립법인대리점들에 대한 성과급 지급의 기준도 낮추기로 하면서 조만간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메리츠화재는 초과이익분배금(PS) 기준을 당초 제시했던 매출 2천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초과이익분배금은 설계사가 목표로 정한 매출을 초과달성했을 경우 초과한 이익의 일부를 성과급으로 지불하는 제도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메리츠화재는 독립법인대리점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전속채널 강화를 어떻게 이뤄내는지가 관건”이라며 “비용절감 효과 때문에 당장의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나쁘지 않겠지만 전략의 성패라는 관점에서 10월 이후 매출의 흐름이 매우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