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두고 여야가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
공익법인을 통한 재벌기업의 편법승계는 막고 선한 의도로 기부하는 경우에는 혜택을 받도록 법안이 손질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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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
29일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원 의원은 28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공익법인에 주식을 증여하는 경우 지분 5%까지, 성실공익법인은 10%까지 상속세 및 증여세를 면제받는데 이를 더 확대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투명공정공익법인에 대해서 지분 30% 출연까지 상속세 및 증여세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투명공정공익법인은 성실공익법인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서 출연재산의 일정 비율을 공익활동에 사용하고 출연자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지 않는 등의 추가 요건을 갖춘 곳이다.
단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투명공정공익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투명공정공익법인이 출연재산을 의무지출비율 만큼 공익활동에 사용하지 않거나 출연자의 이익을 위해 활동한 경우 보유주식 전부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된다.
이밖에도 개정안은 기획재정부 아래 공익법인회계제도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공익법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도록 했다.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증여 논란은 정치권의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다. 재벌기업이 공익법인 보유 지분을 오너일가 지배력을 높이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물산 주식 200만 주를 사들이면서 편법승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야권은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성실공익법인제도를 폐지하고, 공익법인이 보유한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도 재벌계열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선한 의도로 공익법인에 주식을 증여했다가 적지 않은 증여세를 물게 되는 경우도 있다. 황필상 수원교차로 창업주는 교차로 주식 90%를 구원장학재단에 기부했다가 225억 원의 세금을 부과받아 불복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를 막고 기부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증여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는다.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은 6월 공익법인에 대한 비과세 증여 한도를 지분의 10%(성실공익법인은 20%)로 상향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공익법인 주식 증여에 대해 비과세 혜택은 확대하되 공익법인이 편법승계 통로로 활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 발의한 개정안은 이런 내용을 담았다. 공익법인에 증여하는 주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지분의 20%로 확대하는 대신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에 나온 원혜영 의원안은 기존 비과세 혜택을 유지하면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지분 30%까지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지금까지 나온 개정안 가운데 가장 비과세 확대에 적극적이다.
다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비과세 확대 혜택을 원천적으로 누릴 수 없도록 했고 공익법인 회계를 감시하는 기구를 두기로 했다는 점에서 법적용을 엄격하게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원혜영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윤영일·이용주 국민의당 의원, 이주영·정갑윤 새누리당 의원 등 여야 의원 11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향후 논의가 이뤄질 경우 여야 의견을 조율하는데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익법인에 증여한 주식에 과세를 놓고 정부의 입장은 아직 유보적이다. 종합적이고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7월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우선 현행대로 지분 5%(성실법인 10%) 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단 발행주식 전체가 아닌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을 기준으로 지분 비율을 산정하도록 변경했다. 자사주가 많을수록 비과세 증여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