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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대한항공 사내이사 반대한 국민연금, 아시아나항공 인수엔 조용한 까닭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 2024-03-15 15: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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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민연금이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또다시 반대하기로 했지만 과거 문제 삼았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는 명시적 언급을 피했다.

코로나19 종식으로 항공업계가 살아나고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도 차츰 개선됐다. 이에 인수합병을 주주권익 침해로 문제 삼기엔 무리수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865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조원태</a> 대한항공 사내이사 반대한 국민연금, 아시아나항공 인수엔 조용한 까닭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

15일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의 뜻을 밝히면서 21일 열릴 주주총회에 관심이 모인다.

국민연금은 현재 대한항공 지분 7.6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14일 열린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 부의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을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 역시 ‘보수금액이 경영성과에 비추어 과다하다’며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표인수·허윤 사외이사 선임 등 다른 안건에 대해서는 찬성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조 회장 선임 반대 사유로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의무 소홀’을 들었다. 국민연금은 2015년을 시작으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이 올라올 때마다 자주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3년 전 주요 반대근거로 들었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계약을 걸고 넘어가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2020년 11월 발표하자 꾸준히 딴지를 걸었다.

2021년 1월 열린 대한항공 임시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정관변경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해당 정관변경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유상증자의 선결 절차였다.

같은 해 3월 열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는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쳤다”는 표현을 강조하면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반대했다. 

위원회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체결과정에서의 실사 미실시 △계약상 불리한 내용 우려 등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의무 소홀 등을 사유로 들었다. 

국민연금의 반대가 타당한 면도 없진 않다. 채권단과 대한항공이 극비리에 인수를 결정하고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동안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배제됐기 때문이다.

2020년 HDC그룹으로의 매각이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은 애물단지에 가까웠다. 부채만 12조 원에 이르고 매년 수천억 원의 순손실을 내고 있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퍼지며 전 세계 항공산업이 움츠러든 상황이었다. 

대한항공은 인수를 통해 ‘메가캐리어’로 도약을 기대했지만 세간에서 ‘승자의저주’ 우려가 만만찮았던 이유다.

국민연금은 2021년 3월 대한항공 자신들이 반대했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률 하락을 방어했지만 지분율은 인수계약 이전 8.11%에서 7.36%로 오히려 낮아졌다.

다만 국민연금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적극 반대했던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져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걸고 넘어지긴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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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2021년부터 항공화물 사업이 호황을 누리고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는 여객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숨통을 튼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은 2020년 말 4조1909억 원에서 2023년 말 2조8176억 원으로 32.7%가 줄었다. 화물기사업 부문을 매각하면 더 감소할 여지도 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향후 합병 시 비용 절감, 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 등의 긍정적 효과가 분명하다”며 “대한항공의 재무건전성이 매우 높아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재무적 부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한진칼 등 대한항공의 지배주주들을 살펴보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적다. 

대한항공의 지분구도는 한진칼과 조 회장 일가,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소액주주의 비중이 60%로 반대표 결집이 쉽지 않다.

대한항공은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이 대한항공 주주권익을 침해했기에 결정에 관여한 이사들의 선임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이후 대한항공의 주가가 올랐기에 주주권익 침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호 지분 등을 감안할 때 사내이사 선임은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에서도 모두 해당 의안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어떤 의견을 낼지도 관심이 모인다.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따르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주식의 외국인 비중은 16% 대(2023년 말 기준)이다.

과거 국민연금은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여러차례 반대표를 던졌지만 조원태 회장이 발목 잡힌 적이 없다.

국민연금은 2015년에 ‘과도한 겸직’을 이유로 조 회장에게 반대표를 던졌다. 2018년에는 연임에 찬성했지만 2021년에는 다시 반대표를 던졌다. 2023년에는 지주사 한진칼 사내이사 선임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다만 2019년 국민연금이 반대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돼 조양호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적은 있다. 당시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구설에 오르면서 여론이 좋지 않았던 것이 한 몫했다. 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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