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과 관련된 법안의 예산 부수법안 지정이 20대 국회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0대 국회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여당이 보이콧에 들어간 상황인데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합의없이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정세균, 예산 부수법안 지정해 법인세 인상 밀어붙이나  
▲ 정세균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법인세법 인상안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법인세 인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당의원들의 세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법인세법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27일에 법인세법, 소득세법, 상속 및 증여세법, 교육세법, 부가가치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8개의 법률 개정안이 쏟아졌다. 26일에도 법인세법 개정안과 소득세법 개정안이 하나씩 발의됐다.

이 법안들 가운데 일부는 새로 제출된 것이지만 일부는 이전에 발의된 법안을 철회하고 다시 발의한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신청하기 위해서다.

국회법 85조 3항에 따르면 세입예산안에 부수하는 법안이 발의되면 국회의장이 국회예산정책처의 의견을 들어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으로 지정하도록 돼있다.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되면 여야가 11월30일까지 심사를 마쳐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12월2일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돼 표결이 이뤄진다. 예산안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부수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도 합의를 하지 않고 무작정 버티기가 쉽지 않다.

2014년에도 정의화 국회의장이 야당의 반대에도 담뱃세를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을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해 본회의에서 통과된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어떤 법안이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될지 초유의 관심사다.

특히 관심이 되고 있는 법안은 법인세법 개정안이다. 야당은 현행 22%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인 25%까지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야당의 의지는 확고하다.

2014년 여야 대치국면에서 새누리당 출신 정의화 의장은 담뱃세 인상안은 부수법안으로 채택하면서 야당이 요구한 법인세 인상안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소야대 형국으로 상황이 달라진 만큼 야당은 법인세 인상 통과를 벼르고 있다.

기존에 발의된 법안을 철회하고 예산 부수법안 지정 신청을 위해 다시 발의하는 것은 그만큼 법안 통과 의지가 강하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2주 사이 야권에서 나온 다섯 건의 법인세법 개정안이 모두 예산 부수법안 지정을 신청했다.

이미 정세균 국회의장은 법인세법 개정안을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나타냈기 때문에 야당의 의지가 관철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 의장은 지난 22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인세는 우리 세수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당연히 예산 부수법안 지정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에서 요구하고 있는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법안통과를 막기 쉽지 않기 때문에 부수법안 지정 권한이 있는 정 의장의 운신의 폭을 줄여보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의결 과정에서 중립성을 위반해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했다며 사퇴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6일부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는 “거대야당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 비상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며 “정세균 의원이 국회의장직을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