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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지난 5월26일 성남시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캠퍼스 총장 취임 및 비전선포식’에서 스타트업 캠퍼스 비전과 운영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임지훈 대표는 언제까지 카카오를 ‘우물 안 개구리’로 계속 가둬둘 것인가?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으로 큰 기대를 받고 출범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외사업은 성과를 찾아보기 힘들고 국내사업도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해외사업에서 승부를 걸지 않고 카카오톡에 기반해 국내에서 수익사업만 골몰해 수렁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카카오, 해외사업 성과 미미
26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게임사업만 해외매출을 밝혔을 뿐 다른 사업의 해외매출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만큼 해외비중이 적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게임유통(퍼블리싱)을 제외하면 해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거나 사업이 출발단계에 서 있다.
주력 플랫폼인 카카오톡은 해외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2분기 해외에서 월실질이용자수가 760만 명으로 집계돼 감소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926만 명이었고 지난해 4분기 말에827만 명이었다.
카카오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1천만 명이 넘는 월간실질이용자를 확보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패쓰(Path)’를 인수했다. 이를 놓고 카카오가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글로벌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인수한지 1년이 지나도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카카오는 최근 콘텐츠사업 자회사인 포도트리를 통해 북미에서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는 타파스미디어와 제휴를 맺고 북미 웹툰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달빛조각사’ ‘트레저헌터’ 등 국내에서 인기를 모은 웹툰을 번역해 북미에 서비스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국내에서 성공한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아직 게임 외 사업은 준비단계이거나 막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의미있는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법인 실적도 부진하다. 카카오의 해외법인인 카카오싱가폴과 베이징카카오, 카카오재팬은 지난해 모두 순손실을 봤다. 카카오싱가폴과 베이징카카오는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 카카오, 해외사업 의지 있나
김범수 의장은 2014년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했을 때 카카오의 모바일플랫폼과 다음의 PC기반 포털플랫폼을 바탕으로 국내와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네이버와 경쟁하면서 함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카카오는 해외사업에서 네이버에 비해 더욱 뒤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김 의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해외사업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카카오 경영진에서 해외사업의 역량을 보이는 이가 없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합병 약 1년 뒤 대규모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임 대표를 선임하며 단독대표체제로 전환하고 각 사업부문의 최고책임자로 구성된 ‘CXO팀‘을 꾸려 집단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임 대표는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의 대표를 지낸 투자전문가로 해외에서 사업을 주도한 경험이 없다. CXO팀의 다른 구성원인 홍은택 수석부사장과 최세훈 최고재무책임자(CFO), 박성훈 최고전략책임자(CSO)도 해외에서 성과를 낸 경험을 갖고 있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의장이나 임 대표는 경영을 맡은 뒤 글로벌진출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밝힌 적이 드물다”며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이나 김상헌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항상 해외사업을 강조했던 것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김 의장과 임 대표가 해외사업은 막대한 자본력이 필요한 만큼 국내에서 기반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합병 카카오가 출범한 2014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카카오가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뜻하는 유동자산이 약 8천억 원에 그친다. 이 정도의 자금으로 해외사업에 의욕적으로 도전하기에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합병 카카오가 출범하기 전 다음은 라이코스를 인수해 시너지를 내려 했지만 실패했고 카카오는 라인보다 먼저 카카오톡으로 일본 모바일메신저시장을 두드렸지만 역시 좌절했다”며 “카카오가 과거 실패를 감안해 먼저 국내에서 체력을 기르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네이버만 해도 2000년 네이버재팬을 설립한 뒤 검색서비스로 일본시장 문을 계속 두드렸지만 실패했고 이 과정에서 일본사업에 들인 자금이 수천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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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훈 카카오 대표. |
◆ 국내사업 전망 불투명
문제는 카카오가 국내에서 펼치고 있는 주력사업과 신사업 모두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주력인 광고사업 매출이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데 올해 상반기 광고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1.6% 줄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광고업계에서 PC광고를 상대적으로 덜 선호하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PC포털 1위인 네이버보다 더 크게 악영향을 받고 있다”며 “모바일광고도 성장을 위해 새로운 광고상품 출시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임지훈 대표는 경영을 맡은 뒤 O2O(온오프라인연계)사업을 확대하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 5월 카카오드라이버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 7월 카카오헤어샵을 출시했다. 하반기에 가사도우미 호출, 주차 등 신규 O2O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로 확실한 수익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칫 카카오택시처럼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도 실적에 크게 보탬이 되지 않는 경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빈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O2O사업이 수익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사업전망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카카오는 이용자 모집까지 성공했으나 수익모델 구축에서 난항을 겪고 있어 실질적 수익기여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가 국내사업에 주력하면서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카카오택시는 기존 콜택시업계의 반발을 불러왔고 올해 내놓은 카카오드라이버는 전국대리기사협회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소상공인들의 반발에 맞닥뜨린 것이나 송금 등 일부 서비스에 대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베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국내라는 좁은 시장에서 절박하게 수익모델을 찾다 보니 생긴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기존 업계의 몫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최근 출시한 카카오헤어샵은 새 시장을 개척해 이용자와 업소회원 모두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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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
◆ 게임과 음원사업이 탈출구 될까
카카오가 게임과 음원 등 콘텐츠사업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어 부진탈출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 사업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준다면 국내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2분기 게임매출은 지난해보다 45% 늘었고 음악매출은 올해 초 자회사로 편입한 로엔엔터테인먼트 실적에 힘입어 전체 콘텐츠사업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카카오는 두 사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6월 게임계열사 엔진을 카카오게임즈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어 유럽법인의 이름도 ‘카카오게임즈’를 넣어 바꿨고 최근 미국법인을 설립했다.
카카오는 기존에 모바일게임분야에서 카카오게임하기 플랫폼사업만 펼쳤는데 올해 첫 자체유통 모바일게임을 내놓으며 유통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플랫폼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한정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또 올해 초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뒤 음원사업에서 시너지를 추구하고 있다.
카카오는 9월1일부터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음원서비스 멜론을 카카오계정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는 앞으로 카카오페이 등 다른 서비스도 멜론과 연계해 나가기로 했다.
카카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멜론은 2분기 평균 순방문자수를 기준으로 국내 음원서비스시장에서 점유율 58%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메신저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카카오톡과 시너지효과를 내 시장에서 우위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