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가 등기임원을 맡는 비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2013년 이후 등기임원 보수공개 등 대기업 규제가 강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5일 재벌닷컴이 30대 그룹 계열사 등기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재벌 총수가 등기임원을 맡은 계열사는 1133곳 중 74곳으로 6.5%에 그쳤다. 이는 2013년 4월 9.5%에서 3.0%포인트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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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총수가 계열사 등기임원을 맡지 않고 있는 대기업은 8곳이나 된다. 삼성그룹, 한화그룹, 현대중공업그룹, 신세계그룹, CJ그룹, 대림산업, 미래에셋, 동국제강 등이다.
이 가운데 2013년 이후 총수가 등기임원에서 모두 물러난 대기업이 절반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8곳,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7곳 계열사의 등기임원를 맡고 있다가 사퇴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각각 2곳, 1곳의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등기임원을 맡은 계열사 12곳 가운데 7곳에서 물러났고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도 10곳 가운데 6곳에서 등기임원을 그만뒀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만 등기임원을 맡은 계열사 숫자가 증가했다. 이 회장은 2013년 9곳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었는데 2016년 13곳으로 늘었다. 이 회장은 전체 계열사의 68.4%에서 등기임원을 맡고 있어 등기임원 선임 비중도 가장 높았다.
등기임원은 주요 경영사안에 대한 결정권을 지닌 이사회 구성원이다.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등 상법상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회사의 실소유주인 총수가 등기임원을 맡지 않는 것을 2013년 도입된 등기임원 보수공개 등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총수일가 전체로 조사대상을 확대해도 등기임원 비중은 감소하고 잇다. 30대 그룹 전체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차지하는 총수 일가의 등기임원 비율은 2013년 6.2%에서 올해 8월 말 5.0%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총수일가의 등기임원 재직 현황은 360명에서 274명으로 23.6% 줄었다.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등기임원 사퇴가 가장 많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2013년 이후 각각 7곳의 계열사에서 등기임원 자리를 내놓았다.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도 2곳에서 사퇴했다.
CJ그룹 총수일가는 12곳, 한진그룹은 11곳, SK그룹은 10곳, GS그룹은 8곳의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