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옥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내정자가 어려운 업황에 사령탑을 맡으며 실적 회복과 함께 소재사업 경재력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과제들을 안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퓨처엠이 2차전지 소재사업의 실적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가운데 새 사령탑으로 유병옥 전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을 맞았다.
회사 대표이사에 내정된 유 사장은 당면 과제인 실적 회복을 주도하면서도 소재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공급망 강화, 제품 다변화, 차세대 소재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포스코그룹 안팎의 취재를 종합하면 유 사장이 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떠오른 포스코퓨처엠의 새 대표이사로 낙점된 데는 2차전지 소재를 비롯한 친환경미래소재 분야에서 기술 전문성을 쌓아온 점이 고려된 것으로 파악된다.
유 사장은 전날 포스코그룹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통해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에 발탁됐다. 현재 대표이사를 맡는 김준형 사장은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 총괄로 자리를 옮긴다.
▲ 유병옥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내정자(사진).
유 사장과 김 사장이 자리를 맞바꾸는 셈이다.
유 사장은 포스코홀딩스의 친환경미래소재총괄을 맡아 그룹의 2차전지 소재와 수소 관련 사업 전략을 세우고 해당 사업을 하는 계열사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특히 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2차전지 소재사업의 비중이 늘어난 그룹 차원의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2차전지 소재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데 유 사장은 주력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룹은 2차전지 원료인 리튬부터 전구체와 양극재에 이르는 원료·소재 공급망을 강화하며 사업 경쟁력을 높여왔다. 양극재뿐 아니라 음극재 사업으로도 발을 넓혔다. 그룹은 지난해 2차전지 소재 분야 성장 목표를 기존 매출 41조 원에서 2030년까지 51% 상향한 매출 62조 원으로 잡았다.
구체적으로 △리튬 생산능력 42만3천 톤·매출 13조 6천억 원 △고순도 니켈 24만 톤 확보·매출 3조8천억 △리사이클사업을 통한 리튬·니켈·코발트 등 7만 톤 생산능력 확보·매출 2조2천억 원 △양극재 100만 톤 체제 구축·매출 36조2천억 원 △음극재 37만 톤 체제·매출 5조 2천억 원 △차세대소재 9천400톤 등의 목표도 제시했다.
다만 유 사장이 맞닥뜨린 2차전지 소재 업황은 녹록지 않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에 따른 영향으로 배터리와 소재 산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본격화한 리튬, 니켈 등 주요 광물의 가격 하락세까지 겹치며 소재 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포스코퓨처엠의 주력 제품인 양극재는 광물 가격에 제품 가격이 연동되는 구조라, 광물 가격이 떨어지면 매출이 줄어들거나 재고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회사는 지난해 큰 폭의 영업이익 하락세를 보였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59억 원으로 전년 1659억 원에서 78.4%나 줄었다. 지난해 4분기엔 영업손실 654억 원을 냈다.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은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적 개선과 함께 공급망 확충도 유 사장이 추진해야 할 과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롯한 세계 각국 공급망 관련 정책이 중국 등 특정 권역에서 조달한 원료·소재를 적용하는 것에 제재를 하고 있는 만큼, 공급망 자립화 기반을 갖추거나 적어도 공급처를 다변화해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커졌다.
공급망 확충은 유 사장이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로 있을 때 고민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유 사장은 지난해 7월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2회 포스코그룹 2차전지 소재 사업 밸류데이’에서 “핵심 원료부터 소재까지 완전한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생산능력 증대와 고수익을 동시에 확보하는 양적 성장을 꾀할 것”이라고 했다.
차세대 먹거리가 될 소재 개발과 사업화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특히 중저가형 전기차에 적용되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를 개발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기업의 LFP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며,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LFP 배터리 개발·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양극재 기업들로서는 가격이 낮은 LFP 배터리용 양극재를 만들었을 때 적정 이익을 내는 게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과 가격 경쟁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LFP 양극재의 사업화를 추진할지 여부와 사업화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기존 제품과 차별화할 것인지가 그에게 주어진 숙제다.
▲ (왼쪽 네 번째부터) 최원철 공주시장, 김종국 피앤오케미칼 사장,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 김유신 OCI 사장,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등 관계자들이 2023년 11월13일 충남 공주시에서 열린 피앤오케미칼 공주 음극재용 피치공장 준공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OCI >
음극재 분야에서는 단기적으로 인조흑연계 음극재 사업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천연흑연계 음극재 사업을 하고 있지만, 천연흑연을 중국 외에서 조달하기 어려운 만큼 인조흑연계 음극재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실리콘 음극재와 리튬메탈 음극재 등 차세대 제품을 선행 개발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계 음극재보다 에너지밀도가 10배 정도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은 물론 충전 시간도 단축할 수 있는 차세대 음극재로 꼽힌다.
그룹 관계사인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2025년까지 연산 5천 톤 규모 실리콘 음극재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고, 회사도 생산설비 투자에 참여한다.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소재 개발도 미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회사의 주력 제품인 양극재는 전고체 배터리 시대에도 거의 그대로 쓰일 가능성이 높지만, 흑연계 음극재는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대신 리튬메탈 음극재가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리튬메탈 음극재는 기존 흑연계 음극재보다 에너지 용량이 10배 가량 높고, 더 많은 전류량을 송출·수용할 수 있다.
그룹에서는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연구소가 협력해 리튬메탈 음극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 외부 기관과도 협력하고 있다. 리튬메탈 음극재 상용화 목표 시점은 2026년이다.
유 사장은 1962년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금속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포스코에 입사해 원료실장, 경영전략실장, 구매투자본부장, 산업가스·수소사업부장 등을 거쳤다.
2022년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팀장에 발탁됐다. 2023년 친환경미래소재팀이 친환경미래소재총괄로 격상되며 친환경미래소재총괄을 맡아 왔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