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KTX 고속철의 황금노선을 현대산업개발 등 대기업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철도 민영화에 속도를 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23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9개 시공회사와 사모펀드 등의 투자를 받아 ‘(가칭)평택오송고속철도주식회사’를 만들어 2022년까지 선로를 건설하고 2023년부터 30년 동안 운영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산업개발,  KTX 알짜노선 '평택~오송' 차지할까  
▲ 2015년 4월 1일 개통한 호남고속철도.
투자비는 4조1768억 원, 정부부담금은 2조2678억 원인 대형사업이다.

이에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2월 ‘경기 평택~충북 오송 고속철도’ 구간에 추가로 상하행선 선로를 건설하는 내용의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는데 6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민자사업으로 적합한지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현대건설도 3월 ‘김천구미~거제’고속철도를 건설하겠다고 민간투자 제안서를 국토부에 냈다.

민자사업 적정성에 대한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도 정부는 7월 6일 두 노선을 포함해 14개 구간에 대해 민자 철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철도 민영화에 속도를 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이유다.

안 의원은 “수익이 높은 철도 노선을 골라 대기업이 민간투자를 제안하고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적격성 평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민간에 맡기겠다고 발표했다”며 “이는 공공철도에 대한 대기업의 나눠먹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철도의 공공성 약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대산업개발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평택~오송 고속철도 구간은 KTX의 ‘알짜배기’ 노선으로 꼽힌다. 경부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가 모두 이 구간을 지나가며 올해 말 수서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가 운행을 시작하면 운행횟수도 크게 늘어난다.

안 의원실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선로를 건설하고 고속철도 차량을 구매한 뒤 운영은 공공기관인 코레일과 SR(수서고속철도)에 위탁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실질적인 운영을 맡지 않아 ‘민간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명분도 충족되지 않는데도 선로사용료나 운임 수익을 챙길 수 있게 된다.

전국철도노조는 “민간 대기업이 고속철도에서 가장 노른자 구간에 ‘알박기’를 하고 30년 동안 수익만 챙기려는 발상”이라며 “이게 허용되면 전국적으로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철도 민영화 논란과 관련해 “재정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꼭 필요한 철도를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해 민간투자를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정부는 민간이 시행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더 유리한 경우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과 어긋난다.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은 물론이고 취임 이후에도 철도 민영화는 없다고 공언해 왔다. 

박 대통령은 집권 이후인 2013년 철도 파업 당시 “정부는 그동안 누차 민영화를 안 한다고 발표해 왔다”며 “그런데도 민영화하지 말라고 파업하는 것은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국민경제에 피해를 주는 전혀 명분 없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회도 철도 민영화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처는 안 의원실에 제출한 ‘민자철도사업 활성화 방안 평가’ 보고서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자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특혜시비가 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