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한진칼이 한진해운 리스크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 있게 될까?

대한항공이 매출채권을 담보로 600억 원을 한진해운에 지원하기로 하면서 정부의 압박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하지만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한진해운 지원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힘들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대한항공 한진칼, 한진해운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날까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22일 한진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한진해운 주가는 전일보다 29.61%(265원) 오른 1160원에 장을 마감했다. 대한항공 주가는 5.43%, 한진칼 주가는 5.52%, 한진 주가는 2.84%씩 올랐다.

대한항공이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에 600억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기로 하면서 한진그룹 계열사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해운은 조양호 회장 등 대주주 사재출연금 500억 원과 대한항공 대여금 600억 원, 산업은행 긴급 지원자금 500억 원 등 모두 1600억 원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부의 그룹 차원 책임 압박이 가중됐던 점을 고려하면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주력 계열사들도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인지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칼은 한진해운의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단정하기보다 회생절차 기간의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파악했다. 한진해운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뜻이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다. 대한항공과 한진을 연결대상에서 지분법 대상기업으로 두고 있다. 진에어 한진관광 정석기업 토파스여행정보 칼호텔네트워크 제동레저 등을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한진칼은 상반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4580억 원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447억 원을 내 13.1% 증가했다.

한진해운은 10월부터 회생절차에 들어가는데 이 기간이 지나야 한진칼이 종속기업의 성장세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김 연구원은 내다보는 것이다.

대한항공도 한진해운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 대한항공이 6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해소에 추가적 자금이 계속 투입돼야 할 경우 또다시 자금지원을 요구받을 형편에 놓일 수도 있다.

물론 물류대란과 관련해 대한항공에 무한책임을 요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조양호 회장이 사재를 내놨고 대한항공이 600억 원을 마련하기까지 이사회에서 진통도 컸던 만큼 더 이상 추가적인 지원을 요구하기는 무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은 3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를 발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진해운 지원에 따른 손실을 보완할 대비를 했다. 코코본드 발행일정과 이자율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30년 만기로 대한항공이 원할 경우 연장할 수 있는 조건이다.

코코본드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은 부채비율을 낮추고 자본 확충 등에 사용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지원으로 8200억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5천억 원가량이 손실로 반영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