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를 관장하는 법원이 한진해운의 파산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부는 한진해운 추가 지원에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한진그룹의 한진해운 지원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한진해운은 당장 자금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고립무원 상태에 놓였다.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법원은 이 자리에서 “회생 절차 개시 후 발생한 미지급 용선료가 이미 400억 원을 넘었고 화주의 손해배상채권은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조 단위의 금액에 이를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회생계획 수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한진해운이 회생을 신청한 직후만 해도 “한진해운이 청산을 고려하지 않는 만큼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며 “한진해운이 짠 계획의 실현 가능성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혀 파산보다 회생에 무게를 싣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 피해액 규모가 예상보다 막대하자 한진해운 파산쪽으로 방향이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신청 이후 미지급한 용선료는 400억 원에 이른다. 용선 반납이 늦어지면서 용선료와 연료비 등이 매일 23억여 원씩 쌓이고 있다.
용선을 반납하더라도 용선 계약파기에 따른 위자료가 1조9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운송차질로 피해를 본 화주들이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경우 손해배상채권 규모가 최대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입장변화를 보이면서 정부의 한진해운 처리 방침도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경제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는 부실기업에 대한 원칙없는 지원은 결국 국민들의 소중한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부는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확고한 원칙 아래 흔들림없이 구조조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부터 ‘추가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해운업 구조조정에서 현대상선은 살리고 한진해운은 버린다는 방침을 미리 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진해운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적인 노력이 매우 미흡했다“며 한진그룹과 오너일가 등에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을 압박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최근 시중 은행 및 특수 은행 등에 한진그룹 계열사에 대한 여신 현황을 파악해 제출할 것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정부가 한진해운과 한진그룹에 물류대란의 책임을 떠넘기고 자체 해결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부와 법원은 물론 한진그룹도 한진해운을 외면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진해운은 물류대란 진화를 위해 당장 자금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한항공이 애초 약속한 600억 원 지원방안 논의는 답보 상태에 빠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사재출연한 500억 원이 한진해운 계좌로 입금됐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피해액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한진해운 주가는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폭락했다. 주가는 21일 전일보다 20.8% 떨어진 895원에 장을 마감했다.
법원은 실사보고서와 회생계획안 등을 종합 검토해 오는 11월 말 이후 한진해운의 파산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