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지난해 연말 발생한 대규모 상생금융 비용 탓에 역대 최대 순이익 달성을 눈앞에서 놓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다른 시중은행에 비교해 올해도 상생금융의 부담은 한층 클 것으로 예상된다.
▲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사진)이 올해 비이자부문 강화를 통해 상생금융의 부담을 덜면서 최대 순이익 달성에 다시 한번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 행장은 비이자부문 강화를 통해 상생금융의 부담을 덜면서 수익성 확대의 고삐를 죌 준비를 하고 있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발생한 상생금융 비용 때문에 2023년 4분기 순이익이 2022년 4분기보다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상생금융 비용은 2천억 원 반영했고 2024년에도 약 500억 원의 비용이 추가될 전망이다”고 바라봤다.
이런 실적 부진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기록을 연신 갈아치우던 기업은행의 기세에도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기업은행이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 2조6020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했다. 전년 대비 2.5% 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SK증권도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기업은행의 순이익이 전년과 비교해 2.2%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가 올해 들어서도 은행들의 이익을 사회로 되돌리는 환원을 강조하고 있어 상생금융의 부담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은행들의 막대한 순이익을 두고 이자 장사라 비판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열린 4차 민생토론회에서도 이를 다시 지적하며 상생금융을 강조해 은행권을 긴장시켰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생금융 이슈 증 은행업종에 대해 사회적 역할 수행이 요구되는 환경 속에서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라는 특수성은 다른 은행 대비 다소 높은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올해 비이자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연금과 외환, 카드, 수익증권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구상을 하고 있다.
이에 김 행장은 비이자부문의 강화에 공을 더욱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중소기업대출시장 점유율 23%를 넘기며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기업금융분야에서는 시중은행들과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중은행은 가계부채 확대에 부담을 느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라 기업대출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비이자부문은 시중은행들 모두 약한 고리로 여겨지는 분야이기 때문에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순이익을 크게 늘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에도 지난해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이자이익은 1조9845억 원에 냈으나 비이자이익은 479억 원을 거두는데 그쳤다.
김 행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비이자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연금과 외환, 카드, 수익증권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연초 조직개편을 통해 재산신탁팀과 글로벌인프라금융팀을 새로 설치해 수익증권과 외환 분야의 경쟁력도 강화했다.
고객별 맞춤형 신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재산신탁팀을 기반으로 재산신탁 관련 법률과 세무, 회계 등의 전문가를 육성하고 글로벌인프라금융팀을 통해 장기적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벌 투자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도 마련했다.
디지털 신기술을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연금 서비스를 강화하고 IBK카드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김 행장은 신년사에서 “비이자부문은 고객 기반을 유지·강화하고 은행으로써 경쟁력을 확보·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포기해선 안되는 분야다”며 “새로운 시장 기회를 탐색하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가치를 이해하며 경쟁에서 이기는 최상의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