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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노브랜드 전문점 1호점 매장 내부 모습.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촘촘한 브랜드전략과 새로운 쇼핑공간 창조를 통해 이마트를 바꿔가고 있다.
이마트는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오프라인 마트 확대전략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쇼핑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하고 출점도 제한받아 성장정체를 겪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동생 정유경 총괄사장과 역할분담을 통해 이마트 사업을 전적으로 맡게 되면서 이마트의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브랜드’ 콘텐츠 중심으로 전환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L)를 촘촘히 짜는 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 부회장은 자체브랜드(PL) 상품을 고급형과 실속형으로 나누는 등 고객층도 세분화하는 콘텐츠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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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의 브랜드 콘텐츠 전략이 피코크(프리미엄), 노브랜드(실속), 일렉트로맨(남성) 등으로 정교화되고 있다”며 “불황에 주머니를 닫은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려면 와서 사야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콘텐츠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피코크는 가정간편식 브랜드에서 출발해 제품 라인업을 크게 늘리고 홈쇼핑, 오픈마켓, 수출 등으로 판로를 확대하며 종합식품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노브랜드는 아예 전문점까지 따로 내고 중국 오프라인 마트에도 수출할 정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 노브랜드는 올해 연매출 1천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렉트로마트 역시 지난해 이마트타운에 1호점을 낸 데 이어 올해는 10호점까지 문을 연다. 일렉트로마트 역시 마트 내의 가전매장이 아니라 독립된 매장 형태로도 개점되고 있다.
자체브랜드 론칭한 시기가 오래되지 않아 이마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고 판로가 다양한 유통채널로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 실적 기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업계 관계자는 “출점제한으로 오프라인 마트 출점시계는 사실상 멈춰있는 상태지만 자체브랜드는 이야기가 다르다”며 “이마트의 온 오프라인 유통채널뿐 아니라 다양한 유통채널로 판로를 넓힐 수 있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오프라인 마트는 장기적으로 이마트 자체브랜드의 유통채널 가운데 하나로 활용될 수 있다.
이마트가 중국에서 매장을 철수하지 않은 것도 자체브랜드를 판매하고 소개하는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오프라인 점포가 있으면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중국에 남아있는 8개 매장을 통해 다른 기회를 찾아 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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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9월9일 스타필드하남 그랜드오픈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
◆ 새로운 쇼핑플랫폼 창조
정 부회장은 성장정체를 겪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쇼핑과 식사, 구경까지 모든 걸 한번에 할 수 있는 원스톱쇼핑이 미래라고 판단한다.
정 부회장은 “앞으로 유통업의 경쟁자는 동종업체가 아닌 야구장과 놀이동산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기존의 쇼핑공간에 더해 다양한 ‘즐길거리’를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런 정 부회장의 생각이 오롯이 구현된 곳이 바로 스타필드하남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5년간 터브먼과 함께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지난해 이마트타운과 일렉트로마트들을 오픈하면서 노력해왔고 그 결정체가 스타필드”라고 말했다.
스타필드하남은 신세계그룹이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쇼핑몰 기업인 미국 터브먼의 자회사 터브먼 아시아가 49%의 지분을 투자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타운과 일렉트로마트의 성공으로 새로운 쇼핑플랫폼의 가능성을 확신했다.
이마트타운은 문을 연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이마트 대형매장이 1년 동안 내는 매출보다 더 높은 매출을 올렸다. 일렉트로마트는 독립매장을 내고 올해는 매장이 10 곳으로 늘어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하남은 새로운 업태인 교외형 복합쇼핑몰이라는 21세기 신유통 플랫폼과 이마트의 유통노하우가 집적된 전문점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필드하남은 이마트의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스타필드하남은 개장 첫해부터 영업이익률 4% 달성이 가능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 “스타필드하남은 280여개에 이르는 입점매장을 중심으로 1년 차에는 매출 9천억 원을 내고 2년 차에는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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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오른쪽)과 로버트 터브먼 터브먼 회장이 9월9일 스타필드하남 개장식에서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이마트가 당면한 성장과제
이마트는 외형은 늘어나지만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총매출 7조834억4397만 원, 영업이익 2029억7552만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6.8%늘고 영업이익은 10.4% 줄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마트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오프라인 마트의 구조적 수요 감소와 온라인사업의 경쟁심화가 이마트 실적에서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이마트의 오프라인마트 의존도는 수익성 측면에서 더 두드러진다. 오프라인 마트는 이마트 연결기준 영업이익의 120%를 차지하고 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의 구매력 감소와 다양한 채널과 경쟁심화 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 대형마트의 업황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대형마트 출점에 제한이 있는 데다 온라인 중심으로 쇼핑환경이 변하고 있는 추세라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마트는 야심차게 중국에 진출했지만 쓴맛만 보고 지금은 베트남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마트는 중국에서 한때 27개 매장을 운영했지만 실적악화가 계속되면서 몸집을 줄여 현재는 점포가 8개로 감소했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중국 점포를 추가로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