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리콜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며 스마트폰 주요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와 삼성SDI의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업구조에 대규모 변화를 추진해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의존을 낮추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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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12일 “삼성전기의 성장성은 밝지만 갤럭시노트7 리콜에 따른 위험성을 묵과할 수 없다”며 “실적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등 스마트폰에 기판과 카메라모듈, 충전과 통신모듈 등 주요 부품을 공급하며 전체 매출의 60% 정도를 올린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일어난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에 대응해 판매를 중단하고 신제품으로 교환해주는 조치를 내놓았다. 최근 미국 정부기관과 협의해 공식 리콜절차를 밟으며 판매재개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갤럭시노트7의 판매량이 리콜 영향으로 초반 예상보다 40% 가까이 줄어든 900만 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기의 부품공급량도 그만큼 줄어 실적에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사건으로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브랜드 신뢰도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중저가 스마트폰에 공급하는 삼성전기의 부품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마트폰 생산체계와 부품공급망 관리에 대규모 변화를 추진해 삼성전기가 삼성전자 계열사로서 누리던 안정적인 공급망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품질관리 원칙을 재수립하며 계열사로부터 부품을 조달하는 비중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며 “계열사 부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과감히 외부 공급처를 물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I 역시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소형배터리 최대 고객사인 만큼 삼성전기와 비슷한 고민을 안게 됐다. 삼성SDI는 삼성전자에 전체매출의 30% 정도를 의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갤럭시노트7에 탑재된 삼성SDI의 배터리가 폭발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돼 타격이 더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생산하는 갤럭시노트7에 삼성SDI 배터리를 공급받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SDI는 소형배터리 실적개선에 성과를 내자마자 갤럭시노트7 리콜로 사업에 불확실성을 안게 됐다”며 “잃어버린 신뢰를 확보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일본 산요와 소니 등 대형 배터리업체가 리콜사태를 겪은 뒤 시장지위가 크게 약화된 사례를 볼 때 삼성SDI도 실적회복보다 중장기적인 안정성과 신뢰도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매출처를 다변화하고 신사업의 성과확인에 속도를 내 이번 사태와 같은 위험성에 선제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 연구원은 “삼성SDI는 신사업인 전기차배터리에서 경쟁사보다 앞선 양산능력과 기술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소형배터리 타격을 만회할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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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성 삼성SDI 사장. |
삼성SDI는 소형배터리에 전체 매출의 40%를 의존하고 중대형배터리에서 아직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실적개선과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삼성전기 역시 중국 스마트폰업체로 고객사를 다변화하며 반도체패키징과 전장부품 등 신사업 성과를 앞당길 이유가 더욱 커졌다. 이런 사업구조변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삼성전자의 부품공급사 다변화전략에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
황민성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장기적 전망은 밝지만 본격적인 성장은 갤럭시노트7 사태가 해결된 이후로 기대해야 할 것”이라며 “듀얼카메라 등 신규부품시장의 개막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2일 삼성전기 주가는 장중 이전 거래일보다 8.1% 하락한 4만7400원까지, 삼성SDI 주가는 6.1% 하락한 9만6200원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사용중지 권고를 내리며 리콜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 나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