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갈림길에 선 한진해운의 핵심자산 처리를 놓고 법원과 금융당국 등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물류대란이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한진해운의 회생과 청산의 어느 쪽도 쉽지 않은 시나리오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이 영업권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인 6월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한진이 612억 원에 사들이기로 한 핵심자산이다.
업계는 법원의 이번 결정이 한진해운의 핵심자산 빼돌리기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기업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자산 지키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은 지난 1년 간 아시아 항로권을 포함해 모두 2351억 원가량을 들여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해왔다. 한진칼도 6월 한진해운의 미국 유럽 상표권을 742억 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한진이 9월말까지 최종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한진해운에 대해 회생 또는 청산을 결정하기까지 항로 영업권 매매절차가 중단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법원이 한진해운의 회생쪽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법정관리가 개시된 이후 물류대란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진해운 선박은 미국에서 법원의 승인을 받아 10일 하역작업을 재개하며 가까스로 1차 위기를 넘겼다. 정부도 현대상선 대체 선박을 긴급 투입하는 등 물류대란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진그룹도 물류대란 책임론이 커지자 조양호 회장이 400억 원, 대한항공이 600억 원 등 그룹 차원의 긴급 자금투입을 결정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의 지원 안건은 이사회를 겨우 통과했지만 미국 롱비치터미널 담보를 먼저 취득한 후 자금을 대여하는 조건으로 의결됐다. 담보 선취득 조건이 붙어 실제 집행이 가능한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진그룹 차원의 지원방안 가운데 현재 확정적인 것은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 원으로 13일 집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차 물류대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물류차질에 따른 수출 피해도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애초 한진해운 청산을 염두에 두고 한진해운의 자산을 현대상선에 흡수할 계획을 세웠다. 평택 컨테이너 터미널과 부산신항만 지분, 베트남 틴깡가이멥 터미널 지분,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 등이 한진해운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이들은 이미 한진그룹 계열사에 매각됐다.
현대상선 측은 추후 한진해운의 핵심자산을 인수한다 해도 해운업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도 제 코가 석자인데 핵심자산 인수에 나설 경우 추가 재무부담 우려가 커지고 무형의 자산으로 간주되는 한진해운 영업네트워크 역시 이미 상당 부분 훼손됐다는 관측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생이냐 청산이냐 한진해운의 운명은 법원의 손에 있지만 핵심자산을 놓고 법원과 금융당국, 현대상선 사이 입장차이도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생사 여부에 대한 결정은 11월 말경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일회계법인은 10월28일 실사보고서를 제출하고 한진해운은 이를 토대로 11월25일까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도록 돼 있다.
법원은 이후 실사보고서와 회생계획안을 검토해 회생 또는 청산 결정을 내리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