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음성서비스 ‘시리’와 인공지능기술로 아이폰만의 차별적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자신하고 있다.
아이폰7에 인공지능으로 사진품질을 개선하는 기능이 추가되고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도 더욱 강화해 이런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애플은 시리의 발전을 위해 외부 앱 개발자에 기술을 개방하고 인공지능기술에 투자를 늘리는 등 인터페이스분야에서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 인공지능으로 기능 대폭 강화
11일 외신을 종합하면 음성인식서비스 ‘시리’ 및 인공지능을 강화한 애플 아이폰7과 새 운영체제 ‘iOS10’의 발전된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 팀 쿡 애플 CEO. |
아이폰7의 카메라는 1200만 화소로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경쟁사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뒤처지지만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한 전용 소프트웨어로 사진품질을 크게 끌어올리는 새 기능을 탑재했다.
사용자가 아이폰7로 사진을 찍으면 기기가 이미지를 학습하고 분석해 피사체와 배경을 구분한다. 그 뒤 배경을 흐리게 만들고 피사체의 선명도를 높여 체감화질을 크게 높이는 효과를 준다.
전문가용 카메라가 고화소와 광각렌즈로 구현하는 기능을 애플은 소프트웨어로 개발해 적용한 것이다.
더버지는 “소프트웨어로 이를 구현하기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애플은 인공지능을 통해 이를 해냈다”며 “삼성전자가 잠시 우위를 점했던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다시 크게 앞서 나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은 인공지능기술을 시리 등에 적용해 인터페이스 측면에서도 발전을 이뤄내며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시리를 음성명령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한 ‘비서’ 같은 서비스로 발전해 이를 아이폰만의 차별화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뜻을 품고 있다.
팀 쿡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시리는 곧 아이폰의 미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며 “인공지능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해 소비자의 요구에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는 기기가 사용자의 동작을 학습하는 머신러닝기술을 적용해 자주 사용하는 앱을 우선적으로 추천하고 틀린 글자를 자동으로 교정해주는 등 기능을 계속해 발전하고 있다.
애플은 곧 사진앨범에도 인공지능을 적용해 사진파일을 자동으로 분류해 별도로 정리하지 않아도 편리하게 원하는 사진을 찾을 수 있는 기능도 선보일 계획을 밝혔다.
애플은 인공지능 관련기업을 꾸준히 인수하며 기술발전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인수한 인공지능기업은 알려진 것만 4곳에 이른다.
인공지능은 애플이 향후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관련사업에 적용될 수 있어 활용분야가 넓다.
◆ 시리가 인터페이스의 중심으로 자리잡아
아이폰7의 기본 운영체제 iOS10에서 선보일 음성기반 인터페이스 시리의 발전도 주목된다. iOS10은 13일 세계에서 아이폰5와 이후 출시된 기기에 배포된다.
iOS10에 탑재되는 주요 기능은 애플이 6월 개최한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이미 공개됐다. 애플은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앱 생태계 확보를 위해 새 운영체제를 개발자들에게 미리 배포한다.
▲ 애플의 음성기반 인터페이스 '시리'. |
월스트리트저널은 “시리가 아이폰의 중요한 인터페이스로 자리잡으며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며 “일상생활에서 편의성을 크게 높이고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금융앱 스퀘어캐시와 메신저 왓츠앱, 위치기반 서비스 링크드앱과 동영상 플랫폼 룩라이브 등이 이미 시리를 정식으로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스퀘어캐시는 인증받은 사용자들 사이에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iOS10 사용자들은 시리에게 누군가에서 일정 금액을 보내달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돈을 보낼 수 있다.
또 시리에게 명령을 내려 메신저 앱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동영상을 검색할 수도 있다.
국내 앱 개발사가 iOS10의 시리 기능을 지원할 경우 아이폰에 음성 명령만으로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네이버에서 사진과 영상 등 콘텐츠를 찾아달라고 주문할 수 있게 된다. 콜택시 또는 음식배달앱 등 위치기반 서비스 역시 음성명령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아직 국내 앱 개발사가 iOS10의 시리 기능을 정식으로 지원할지 불투명하다. 하지만 애플이 세계의 앱 개발업체들을 시리 생태계로 끌어올 수 있게 되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동안 애플 기본앱만 지원해 아쉬웠던 시리가 처음 나온 지 5년만에 마침내 활용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며 “다른 업체들이 이런 기능을 따라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전체매출과 수익성의 70% 정도를 의존하는 주력사업인 아이폰의 판매량이 올해 들어 꾸준히 감소하며 경쟁력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삼성전자 등 경쟁기업이 곡면화면과 방수기능 등 신기술을 적용해 하드웨어 경쟁력에서 앞서 나가는 사이 애플이 현실에 안주하며 수요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의 최대 장점이 하드웨어 성능보다 자체개발한 운영체제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과 앱 생태계 등에 있는 만큼 인터페이스 발전으로 또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애플은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이전부터 계속된 혁신을 지속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PC에 사용되는 마우스와 현재 모든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방식의 터치 인터페이스 모두 애플이 최초로 상용화했다.
애플이 지난해 아이폰6S에서 처음 선보인 ‘3D터치’ 인터페이스는 이를 지원하는 충분한 앱 개발자 기반을확보하지 못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아이폰7에서 시리의 발전으로 이를 만회해야 하는 셈이다.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는 사물인터넷 기기와 자동차용 운영체제 등 애플의 신사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협력사가 늘어나면 이런 분야에서도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