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라더스가 투자배급한 ‘밀정’이 개봉 첫날부터 흥행할 조짐을 보였다.
워너브라더스와 이십세기폭스 등 할리우드배급사는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한국에서 직접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이십세기폭스가 투자배급한 ‘곡성’에 이어 밀정도 흥행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앞으로 할리우드배급사의 한국영화시장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 할리우드 배급사, 왜 한국영화 제작하나
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일 밀정은 28만 명을 동원했다. 경쟁작으로 손꼽힌 CJE&M의 ‘고산자, 대동여지도’보다 약 10배의 관객을 더 모았다.
▲ 최재원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대표 |
밀정이 흥행하면 ‘곡성’에 이어 해외배급사가 투자와 제작·배급까지 맡아 흥행한 두 번째 작품이 된다. 곡성은 이십세기폭스가 투자와 제작·배급을 맡았는데 68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할리우드배급사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영화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미국 외에 박스오피스 규모가 큰 국가에서 직접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찾고 있는데 최근 들어 한국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박스오피스는 지난 5년 동안 연간 박스오피스 100억 달러(약 11조 원) 수준에 정체돼 있다. 반면 미국박스오피스 상위 10위권 영화의 글로벌매출 비중은 2000년 49%에서 지난해 66%로 늘어났다.
김수연 영화진흥위원회 미국통신원에 따르면 할리우드배급사는 연간 박스오피스 규모가 5억 달러(약 5469억 원) 이상이고 현지영화의 점유율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현지 영화제작을 검토한다.
한국 영화시장은 할리우드배급사의 진출요건에 부합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한 ‘2015년 한국영화산업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들은 총 1조6015억 원을 벌어들였다. 할리우드배급사가 정한 현지진출요건의 2배되는 규모다. 1인당 연간 평균 영화관람횟수는 4.22회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한국은 제작비 2억4500만 달러(약 2679억 원)를 들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보다 제작비 140억 원이 투입된 ‘히말라야’가 흥행에 훨씬 앞서는 등 할리우드 영화보다 한국영화의 인기가 더 높다. 관객수 점유율에서도 한국영화가 50.2%, 외국영화가 49.8%를 나타냈다.
한국에서 할리우드배급사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 훨씬 적은 제작비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 워너브라더스 이십세기폭스, 한국영화 제작 더 늘려
곡성에 이어 밀정도 흥행조짐을 보이면서 해외배급사의 한국 영화시장 진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워너브라더스는 한국에서 투자배급한 개봉예정작을 공개했다.
워너브라더스는 올해 하반기에 이병헌씨와 공효진씨가 주연을 맡은 ‘싱글라이더’를 개봉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신세계’ ‘대호’ 등을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VIP‘와 ’아저씨‘의 메가폰을 잡은 이정범 감독의 ’악질경찰‘을 개봉한다.
워너브라더스는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시장을 탐색하는 데만 8년을 들였다. 그만큼 한국영화제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밀정이 흥행할 경우 한국영화 제작편수를 한해 5편 안팎으로 더욱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부터 한국영화를 제작해온 이십세기폭스 역시 한국영화 제작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십세기폭스는 현지제작사와 손잡고 현지영화를 제작하는 데 적극적인 영화사다.
포마스 제게이어스 이십세기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대표는 곡성 시사회에서 “1990년대 이후 한국영화시장이 상업적, 질적으로 성장했고 재능있는 제작자가 늘었다”이라며 “1년에 한편 정도 제작하던 것을 앞으로 매년 2~3편 제작하는 정도로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십세기폭스는 9월5일 순제작비만 9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되는 ‘대립군’ 촬영에 돌입했다. 대립군은 이정재씨와 여진구씨가 출연하고 ‘말아톤’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