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북극 한파' 몰고 온 엘니뇨, 다른 나라에는 폭염·폭우·가뭄 부른다

▲ 지구촌이 엘리뇨에 따른 기후 이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21일 강원도 춘천시 공지천이 한파에 얼어붙어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지구촌 곳곳이 엘니뇨에 따른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에는 한파가, 호주에는 폭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엘니뇨가 여전히 발달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024년에는 올해보다 더 심각한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한국은 서울 기준으로 수은주가 올 겨울 최저기온인 영하 14도까지 떨어지는 등 극심한 한파를 겪고 있다.

불과 1~2주 전 남부지방 일부에서 낮 최고기온이 20도까지 올라 이례적으로 따뜻한 겨울을 겪던 상황에서 날씨가 극단적으로 변한 것이다.

올 겨울 날씨가 특히 극심한 변덕을 부리는 주된 원인은 지구온난화와 엘니뇨로 꼽힌다.

지구 온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 북극권인 고위도 지역과 중위도 지역 사이 온도 차이가 줄어든다.

위도별 온도 차이 감소는 겨울철에 북위 35도 인근 상공을 돌며 북극 찬 공기의 남하를 막는 제트 기류(Jet Stream) 약화로 이어지고 결국 한반도 등 중위도 지역까지 북극의 한파가 몰아치게 된다.

엘니뇨는 태평양 동쪽 적도 인근 바다인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에서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인 만큼 지구온난화에 따른 효과가 더 뚜렷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지구온난화와 엘니뇨의 결합으로 지구 전반에 걸쳐 대기와 해수의 흐름이 변하면서 12월 세계 곳곳에서 이례적 기상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북극한파 영향으로 독일 등 유럽 일부 지역에는 폭설이 내렸다. 시베리아는 이례적으로 초겨울 날씨에 기온이 영하 50도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과 경도는 비슷하나 위도는 거의 정반대인 호주를 보면 엘니뇨는 폭염과 폭우를 일으키고 있다.

20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즈는 호주 시드니에서 열섬현상이 발생해 극심한 폭염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드니의 12월 평균 기온은 25도 안팎이나 최근에는 40도 수준의 기온도 관측되고 있다.
 
한국에 '북극 한파' 몰고 온 엘니뇨, 다른 나라에는 폭염·폭우·가뭄 부른다

▲ 브라질 아마존강 일부 지역이 가뭄으로 말라 붙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호주 퀸즐랜드 등 일부 지역에서는 18일 전후로 1년치 강수량에 해당하는 비가 3일 동안 쏟아질 정도로 강한 폭우가 내리기도 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서부 마림비아는 18일 낮 최고기온이 41.9도까지 올라 역대 최고기록을 새로 쓰는 등 남아메리카 지역 역시 이례적 폭염에 시달리는 중이다.

아프리카도 이례적 기상현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오랜 가뭄에 극심한 기아가 발생하는 등 고통을 받던 동아프리카 지역에는 12월 초 100년 만의 폭우가 쏟아졌다. 케냐, 소말리아 등 국가에서 폭우로 각각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반면 AFP통신의 11일 보도를 보면 남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는 우기에도 비가 내리지 않는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100여 마리의 코끼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통상적으로 엘니뇨가 발생한 다음 해 기후에 더 강한 영향이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는 2024년에 더 빈번해지고 강도도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에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던 2015년 이후 한국에 나타난 주요 기상현상을 보면 2016년 1월 제주도에 32년 만의 폭설이 내렸다. 2016년 여름은 폭염 일수가 역대 세 번째로 높은 22일에 이를 정도로 무더웠다.

올해 하반기 발생한 엘니뇨는 현재 지속적으로 발달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엘니뇨 발달 상황을 놓고 “2024년 1월 중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며 “엘니뇨 현상은 내년 4월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