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진 현대차 부사장이 7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가빛섬에서 열린 신형 i30 발표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현대차가 하반기 국매에서 판매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신형 i30와 그랜저 출시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해치백은 비인기 차종인데다 세단시장의 경우 경쟁도 치열해 신형 i30와 그랜저가 힘을 쓸 수 있을지 미지수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신형 i30를 출시하면서 국내에서 연간 1만5천 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목표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곽진 현대차 부사장은 7일 신형 i30 발표회에서 “국내에서 연간 1만5천 대, 세계에서 25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골프와 i30가 국내 해치백시장을 주도했고 경쟁관계를 통해 발전 및 확대해 왔다”며 “현재 골프가 판매되지 않는 게 아쉽다”고 신형 i30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현대차가 잡은 i30의 내수판매 목표는 판매중지처분이 내려진 폴크스바겐 골프와 아우디 A3 수요를 오롯이 차지할 경우를 가정한 수치다. 현대차 i30는 지난해 국내에서 3292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골프와 A3는 각각 9501대, 2883대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폴크스바겐 사태로 국산차 반사이익이 여전할지는 의문”이라며 “일련에 사태에도 수입차 선호는 여전하며 독일차 수요를 일본이나 미국 또는 비독일계 유럽차가 흡수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i30와 같은 해치백 차량으로 BMW 1시리즈와 벤츠 A클래스가 있으며 올해 7월 볼보의 신형 V40도 출시됐다. 특히 BMW 1시리즈의 지난해 판매량은 3435대로 i30 판매량보다 많았다.
한국GM도 9월 초 신형 아베오 해치백 모델을 1천만 원 중반대의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면서 국내 해치백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형 i30만 놓고 보면 신규 엔진을 장착하고 가격도 일부 트림에서 기존보다 인하하거나 동결하면서 가격대비 최고의 성능을 보여준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그러나 디자인을 놓고 여전히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적재성이나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소비자와 달리 국내 소비자들은 차량 뒷면 디자인 때문에 해치백을 기피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신형 i30 디자인을 놓고 수입차 같다거나 구형 모델이 더 낫다는 등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르면 10월 내수판매 확대를 위해 신형 그랜저를 조기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연말 법인차량 교체 시기와 맞물려 신형 그랜저 판매가 흥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신형 그랜저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형 그랜저 대기수요자도 많고 기아차 K7로 이전됐던 수요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다.
신형 K7은 올해 1월 출시돼 7월 누적 판매량 기준으로 그랜저를 제치고 준대형세단 1위를 자리를 차지했다.
르노삼성은 1월 중형 세단 SM6를 선보였는데 그랜저 같은 준대형세단까지 경쟁 차종으로 삼는다는 전략을 내세우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GM도 4월 신형 말리부를 출시하면서 ‘준대형급 중형세단’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국내 세단시장은 중형과 준대형 경계가 무너지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현대차가 그랜저 조기 투입을 결정한 것도 이런 국내 세단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현대차는 하반기 신형 i30와 그랜저 투입과 함께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이라는 파격적인 프로모션도 진행하기로 했다.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은 소비자가 차량 구매 후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다른 종류나 같은 종류의 신차로 교환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현대차는 신차효과 극대화를 위해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신형 모델 출시만큼이나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에도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곽진 부사장은 신형 i30 발표회에서 “최근 내수 시장이 녹록치 않지만 현대차는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처럼 혁신적인 프로그램 등으로 반격에 나설 것”이라며 “시장 리더이자 국산차의 자존심과 명감으로 전 임직원이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고객이 예상보다 많을 경우 중고차 처리 등 비용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은 현대차 내수부진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라며 “비장의 카드이자 마지막 보루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