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와 SK케미칼이 국내에서 새 독감백신을 내놓으며 경쟁에 들어갔다.
두 회사가 내놓은 백신은 기존 백신보다 적용범위가 넓어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는 초반 점유율 확보가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허은철 녹십자 사장. |
기존에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던 4가 독감백신은 글로벌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플루아릭스테트라’뿐이었는데 녹십자와 SK케미칼이 새 제품을 내놓으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4가 독감백신은 기존의 3가 독감백신보다 적용범위가 더 넓다는 장점을 지녔다. 3가 독감백신이 3종류의 바이러스에 효능을 발휘하는 데 비해 4가 독감백신은 4종류의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
기존에 국내 독감백신시장에서 3가 독감백신의 비중이 높았지만 앞으로 4가 독감백신이 점유율을 빠르게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질병관리본부(CDC), 유럽식품의약품청(EMA) 등 관련 국제 기관들은 2013년부터 4가 독감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올해 안에 보령파이오파마와 한국백신 등 다른 회사들도 4가 독감백신을 국내에 출시하기로 했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의 경우 더 많이 팔릴수록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점유율을 높이는 데 점점 더 유리해진다”며 “초반 점유율 경쟁 결과가 4가 독감백신시장에서 판도를 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녹십자는 4가 독감백신시장에서도 기존의 우위를 지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SK케미칼과 비교해 4가 독감백신 물량을 가장 많이 공급하기로 했다.
녹십자는 국내 3가 독감백신시장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점유율 50%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SK케미칼이 자체적으로 3가 독감백신을 생산하기 전까지 국내에서 유일하게 3가 독감백신을 직접 생산하고 판매해왔다.
녹십자 관계자는 “2009년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독감백신을 자체생산하기 시작했고 현재 유일하게 3가 독감백신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며 “이런 기술력과 기존에 구축한 판로 등 영업기반을 활용해 4가 독감백신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십자는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를 전 세계에서 가장 보편화된 방식인 유정란배양 방식으로 생산한다. 오랫동안 이 생산방식이 안정성을 입증해왔다는 점이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녹십자는 최근 전국 12개 도시를 돌며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출시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출시에 맞춰 제품을 알리고 판매처를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 박만훈 SK케미칼 제약부문 사장. |
SK케미칼 관계자는 “유정란배양 방식은 생산에 6개월가량이 걸리는 반면 세포배양 방식은 2~3개월이면 생산이 가능하다”며 “이에 따라 시장의 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카이셀플루 4가는 유정란배양 방식의 제품과 달리 계란 알러지가 있는 사람에게 접종할 수 있다. 또 유정란배양 방식은 생산과정에서 항생제 등이 투입되지만 스카이셀플루 4가는 항생제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항생제에 민감한 사람에게 더 안전할 수 있다.
SK케미칼은 녹십자에 비해 독감백신시장에서 후발주자다. 지난해 처음으로 3가 독감백신을 생산했다.
SK케미칼은 올해 공급물량을 대폭 늘리며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지난해 3가 독감백신을 360만 개 공급했는데 완판됐다”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3가 독감백신 250만 개와 스카이셀플루 4가 250만 개 등 모두 500만 개로 공급 물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