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진해운의 운명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물류대란이 예상보다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당시만 해도 청산이 유력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회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해운업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한진해운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법원이 한진해운의 청산을 결정하기가 더욱 부담스럽게 됐다.
▲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
새누리당과 정부는 이날 긴급 당정협의를 열고 한진그룹이 담보를 제공할 경우 1천억 원 이상의 장기저리자금을 긴급지원하기로 했다. 한진그룹도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 원을 포함해 1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은 자금줄이 꽉 막혀 있었는데 자금이 잇달아 투입되면서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법원이 지난 1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개시할 때까지만 해도 한진해운은 청산이 유력해 보였다.
당장 해외 채권자들이 선박을 압류하고 화물운송계약을 해지하는 등 회사의 정상적 영업이 불가능해지는 데다 배를 빌려준 선주들도 배를 최대한 빨리 회수하려 들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물류대란의 파장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물류에 영향이 미칠 것을 인지하고 논의했지만 선적화물의 화주나 운항정보를 모두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회사도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한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부산시와 새누리당 부산시당 국회의원 등은 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최근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해 사태해결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금이라도 금융당국과 유일호 부총리는 담보능력이 없는 대한항공에 억지로 압력을 넣지 말고 해운업의 특성을 빨리 깨닫고 특단의 대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도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설명을 들어보니 한진해운을 청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은데 부산경제를 생각한다면 대책 마련을 위한 성의가 너무 부족하다”며 “애국심으로 한진해운을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 정책을 펼쳐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부산에서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부산시와 항만공사, 상공회의소 등이 3천억 원의 자금을 모아 한진해운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한진그룹과 당정이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채권단의 추가지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법원이 요청한다면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산업은행에서 맡을 역할이 있다면 그런 요청에 대해 깊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류대란 사태로 오히려 한진해운이 해운업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부각되면서 법원이 청산을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하루만인 지난 1일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했다. 한진해운의 생사를 가를 조사를 맡을 조사위원으로 삼일회계법인이 선임됐다.
법원은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다음달 7일까지 중간 보고서를, 28일까지 최종 보고서를 받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은 11월25일이다.
법원은 법정관리를 개시하며 "적정가격에 한진해운의 영업 또는 자산을 양도하는 등의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나 이는 한진해운의 효율적 회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청산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