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해충 매개 열대성 질병 발병지 넓어져, 유럽연합 공동 대응에 분주

▲ 흡혈하고 있는 흰줄숲모기. 한국에서는 생김새 때문에 '아디다스 모기'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 Flickr >

[비즈니스포스트] 유럽 국가들이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열대성 질환 대책을 수립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기온상승으로 유럽의 기후가 변하면서 열대성 질환의 주요 매개체가 되는 모기의 서식지가 북쪽으로 확대돼 최근 몇 년 동안 관련 질병의 발병 사례가 많게는 6배까지 증가했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유럽연합 회원국 27개국 가운데 20개국이 유럽집행위원회에 의료 지원과 서비스 확대를 요청하는 공동성명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유럽 국가들은 이번 공동성명을 제출한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온열성 질환과 모기 등 해충 출몰에 따른 열대성 질환의 확산을 들었다. 이와 관련 30일 개최가 예정된 유럽연합 보건 장관 회의에서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ECDC) 발표에 따르면 열대성 질환의 발병 사례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했다.

매년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웨스트나일열 인간 감염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유럽 현지 웨스트나일열 감염 사례는 1112건이었다. 2021년 159건과 비교하면 6배 넘게 급증했다.

웨스트나일열은 미국, 유럽, 아프리카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열대성 전염병이다. 뇌염의 일종으로 처음에는 두통과 고열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다가 점차 증상이 악화돼 정신착란과 발작까지 유발하기도 한다.

말라리아의 유럽 현지 발병 사례도 2020년 5건에서 2021년 13건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열대성 질환인 웨스트나일열과 말리라아가 급증한 이유는 이들 질병의 매개체인 ‘흰줄숲모기’의 유럽 내 서식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생김새 때문에 일명 ‘아디다스 모기’라고도 알려진 모기 종으로 원래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열대 지방에서 서식하는 모기다.
 
기후변화로 해충 매개 열대성 질병 발병지 넓어져, 유럽연합 공동 대응에 분주

▲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ECDC)에서 발표한 흰줄숲모기의 발견 지역. 흰줄숲모기가 완전히 정착한 지역(붉은색), 흰줄숲모기 출몰 사례가 보고된지역(노란색), 흰줄숲모기가 발견되지 않은 지역(녹색), 관련 자료가 없는 지역(회색)으로 구분된다.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에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 내 337개 지역에서 흰줄숲모기의 목격 사례가 보고됐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와 영국 등 중북부 유럽과 흑해의 크림반도에서도 발견됐다.

이에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는 10월 열대성 질병 대응체계를 확대하고 회원국간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질병 대응책과 최신 치료법을 공유하는 정기 보고서를 발간하고 2027년까지 추진하는 ‘EU4헬스 프로그램(EU4Health Programme)’에 열대성 질환 대응 부문을 추가할 계획을 세웠다. 해당 프로그램은 유럽 국민의 의료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으로 약 52억 유로(약 7조3260억 원)가 투입된다.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는 10월 공식발표를 통해 “유럽연합의 지속가능발전목표 3.3(SDG 3.3)에 에이즈와 결핵뿐만 아니라 비교적 위험도가 낮게 평가되는 열대성 질환의 대책도 추가할 것”이라며 “정기적으로 각종 훈련 프로그램과 워크숍을 개최해 국가간 전염병 대처에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한 해에만 국내에서 말라리아에 감염된 환자가 657명 나왔다. 기후변화에 따라 흰줄숲모기의 서식처가 점차 대도시로 확대되고 있는 지금 한국 역시 유럽의 질병 대응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