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영화계와 협업을 늘리고 있다.
영화 관객수가 늘어나면 이자를 한푼이라도 더 얹어주는 특판상품을 내놓거나 영화 제작에 대한 직간접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은행은 예금상품 판매를 늘리고 고객은 이자를 더 받을 수 있게 되지만 흥행작 위주의 쏠림현상은 영화산업에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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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영화 ‘밀정’의 관객수에 따라 금리를 우대하는 특판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밀정은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관객수가 1천만 명이 넘으면 연 1.45%, 미만인 경우 연 1.40%의 금리가 제공되는 상품이다. 관객수가 1200만 명 이상인 경우는 연 1.50%의 금리를 제공받는다. 한도는 총 500억 원이다.
KEB하나은행은 7월말에도 영화 ‘터널’ 개봉을 앞두고 관객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달리 제공하는 예금상품을 판매했다. 300억 원 한도로 출시된 이 상품은 7월26일 출시된 뒤 8월4일 조기에 매진되기도 했다.
1천만 명 기준으로 0.05%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큰 인기를 끈 것이다. 터널은 630만여 명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1천만 관객 돌파는 현재 추세로 힘들어 보인다.
은행들이 영화 관련 특판상품을 내놓는 것은 저금리 시대에 예금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극장가에 1천만 명 이상 관객을 끌어모은 대박영화들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에도 ‘하나무비 정기예금 베테랑’이란 이름으로 상품을 내놨는데 영화 ‘베테랑’이 1천만 명을 보란 듯이 넘겼다. 이 상품가입을 권유받고도 가입하지 않은 고객이라면 쓴맛을 다실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은행 입장에서 신작 개봉에 앞서 특판상품을 판매하는 만큼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도를 판매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기대작들의 경우 국내 톱영화 배우들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 콜라보레이션(협업)만으로 특급 모델을 내세우는 것 못지 않은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 가운데 IBK기업은행의 경우는 영화제작 단계부터 직접 투자에 참여해 상당한 수익을 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부산행’에 15억 원을 투자했는데 영화는 손익분기점인 350만 명의 3배가 넘는 관객동원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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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B하나은행이 진행하는 영화 '밀정' 이벤트. |
IBK기업은행은 금융권에서 영화투자를 가장 잘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제조업 위기가 커지면서 문화컨텐츠 산업을 새로운 투자처로 발빠르게 눈을 돌린 것이다.
아예 영화투자 관련 전담팀을 두고 있어 영화계에서 ‘흥행작을 점치려면 IBK기업은행이 어느 영화에 투자했는지를 보라’는 말도 나온다.
IBK기업은행도 영화 흥행에 따른 금리우대 상품을 내놓아 쏠쏠한 재미를 봤다. ‘인천상륙작전’ 개봉을 앞둔 7월에는 인천상륙작전통장이란 이름의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영화계는 시중은행들이 직접 투자에 나서거나 콜라보 마케팅을 확대하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제작단계에서 자금난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은행이 관심을 보여주면 든든할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이벤트 등을 펼쳐주면 영화홍보에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제작비 규모가 크고 톱스타가 출연하는 대작 위주의 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관객수만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영화산업에 독이 될 수 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영화 등 문화콘텐츠 투자를 직간접으로 지원해 ‘윈-윈’을 노리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1천만 관객이 들어야 우대금리를 찔끔 더 주는 식은 영화산업 발전에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