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보유주식을 대여해 수익을 내는 방안을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시장에서 논란이 되는 공매도 거래에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의 주식대여가 금지되면 공매도거래에 미치는 파급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미혁 국민연금 보유주식 대여금지 추진, 공매도 줄어들까  
▲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31일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권 의원은 최근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민연금의 운용방법 중 증권의 대여를 삭제하는 내용이 핵심내용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6979억 원 규모의 주식을 대여해 19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수익률은 2.72%로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13년 주식대여액은 2013년 4250억 원에서 2년 사이에 64.2% 늘었고 같은 기간 주식대여수익도 98억 원에서 93.9% 증가했다.

국민연금은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빌려주고 대여수익을 내는 것은 적절한 투자방식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대여한 주식이 공매도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판단하고 주식을 빌려서 매도 주문을 낸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되사서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기법이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가 주로 공매도를 활용한다.

하지만 공매도는 주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져 공매도 거래에 부정적 의견도 많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로 피해를 입는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은 공매도거래를 투명화하기 위해 6월부터 0.5% 이상 지분에 대한 공매도 공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권 의원은 “공매도는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수반할 위험이 있고 개인투자자의 손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해당 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연금은 공공성의 원칙에 맞춰 투자돼야 한다”며 “개인투자자와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형태의 투자방식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국민연금이 국내 대여거래로 얻는 수익은 2014년 기준 주식 146억 원, 채권 52억 원 정도”라며 “532조 원의 거대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많은 논란에도 유지해야 할 투자방식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해외 연기금 가운데 캘리포니아연기금, 노르웨이정부연기금, 캐나다연기금은 주식대여를 허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 규모인 일본공적연기금과 네덜란드연기금은 주식대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대여거래가 금지되면 공매도거래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대여주식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호텔신라 주식으로 약 745억 원 규모에 이른다. 대여금액 2위인 OCI(278억 원)과 차이가 상당하다.

호텔신라 주식은 대표적인 공매도 표적으로 여겨지는데 공매도가 호텔신라 주가부양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많다.

호텔신라 주식은 6월 말 기준으로 공매도 잔고비율이 10.5%로 OCI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호텔신라 주식의 공매도 잔고규모는 2800억 원인데 국민연금 대여주식이 전부 공매도에 활용됐다고 가정할 경우 공매도 잔고의 4분의 1을 국민연금 대여주식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