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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한진해운 채권단에서 신규자금 지원불가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한진해운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신규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진해운의 정상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의 경영악화에 제대로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는 판단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에 신규자금 지원을 연장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며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신규자금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내년까지 1조 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회계법인에서 최근에 실사한 결과 부족한 자금이 1조3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진해운은 용선료와 항만 하역비 등 6500억 원 규모의 해외 상거래 대금지급도 밀려있다. 채권단에서 한진그룹의 자구안을 받아들여 최소 6천억 원을 추가로 지원해도 해외에서 연체된 돈을 갚는 데 대부분의 자금을 써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글로벌 해운업황의 악화까지 겹치면서 한진해운에 추가로 돈을 부어도 기업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채권단은 파악한 것이다. 세계적인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독일 하팍로이드 등도 상반기에 대규모 적자를 냈다.
한진해운을 ‘구조조정 원칙론’의 예외로 둘 수 없다는 '정무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에 신규자금을 지원하면 ‘버티면 된다’ 방식의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채권단은 기업의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부족한 자금을 대주주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니고 있다”며 “하지만 한진그룹에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최근 구조조정을 받는 기업의 오너와 대주주에게 부족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채권단은 당초 한진그룹의 자구안에 조 회장의 사재출연 등 채권단의 요구사항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장도 “한진해운과 여러 대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산업은행에 제출한 추가 자구안에서 사재출연 여부 등을 확실하게 밝히지 않았다. 한진그룹에서 마련하기로 한 돈도 4천억 원 규모에 불과했다.
이 회장은 조 회장에 대한 질문을 받자 “서로 한 번 만났지만 생각이나 상황을 보는 시각의 차이가 상당해 의견을 모으기 어려웠다”고 대답했는데 조 회장과 한진그룹에서 제출한 자구안에 대한 실망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해운은 9월4일까지 채권단 자율협약 아래 있지만 채권단과 다시 협상할 가능성은 낮다. 이 회장도 “자율협약이 조만간 종료되는데 협상안이 다시 나올 경우를 가정해서 말하는 것은 어색하다”고 선을 그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